'발등의 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해 넘기나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19.11.19 04:00

재검토위 계획보다 두 달 늦게 전문가 의견수렴 시작…"공론화 속도 내야" 지적에 재검토위 "제대로 된 공론화가 더 중요"

29일 오후 서울 위워크 선릉역 2호점에서 열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재검토위는 국민과 지역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민간 기구로 이해당사자는 배제하고 인문사회,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각 분야별 중립적 전문가 15명으로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5.29/사진=뉴스1

국내 최장기 미해결 국책과제 '사용후핵연료' 해법을 찾기 위한 대국민 공론화 작업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 속에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포화가 임박한 가운데 논의가 계속 지연된다면 안정적인 원전 가동은 물론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원전 해체 산업 육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18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 따르면 재검토위는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전문가 검토그룹 사전회의를 개최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한 전국민, 지역 공론화 전 첫 의견수렴 절차를 위한 조직이다. 재검토위는 전문가 34명으로 검토그룹을 구성해 사용후핵연료 발생량과 포화전망, 기술 수준 등 기술분야와 관리원칙, 정책 결정 체계 등 정책분야 의제 7개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재검토위는 당초 9월 전문가 검토그룹 구성을 마치고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문가 섭외 과정부터 제동이 걸렸다. 원전소재 지자체와 원자력계, 시민사회계에서 각각 추천을 받아 전문가 검토그룹을 꾸리려 했으나 시민사회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시민사회계는 재검토위에 이해관계자 참여가 배제됐다며 반발해 왔다. 결국 재검토위가 대신 시민사회 진영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추천해야 했다. 이에 따라 출범 자체가 두 달 가량 지연됐다.

전문가 검토그룹은 본격 공론조사 시작 전 논의의 기본이 될 기술적 내용을 통일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논의 결과는 향후 재검토위원회가 작성할 대정부 정책권고안에 전문가 의견으로 포함되고, 이에 더해 전국민과 지역 의견수렴과정에서 숙의 자료로 활용된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이리 월성원자력본부 월성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수조)의 모습. 200평 남짓의 수조에 총 3만200여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다. 본지 기자(오른쪽) 직접 방사능관리구역에 출입해 사용후핵연료 저장실태를 확인하고 있다. /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재검토위는 논의 기간을 약 7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다뤄야 할 의제가 복잡한 데다 참여 전문가들 간 의견차이도 커 예정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후 구체적 공론조사 대상과 방법을 설계하는 과정까지 필요한 만큼 올해 안에 전국민 공론조사 절차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재검토위는 대표성을 가진 국민들을 선발해 충분한 숙의학습 과정을 거친 뒤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의 부지선정절차와 정책결정체계, 지역지원 방식 등에 대한 의견을 물을 방침이다.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문제를 다룰 지역실행기구 구성도 난항을 겪고 있다. 재검토위는 8월말 원전 소재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을 위해 영광, 울진, 경주, 울주, 기장 5개 지역에 지역실행기구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역별로 참여 위원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오는 21일 지역실행기구를 출범하는 경주를 제외하곤 지지부진하다.

이런 상황에서 재검토위가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는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저장시설에 임시로 보관 중인데, 포화 시점이 멀지 않다. 임시저장을 마친 사용후핵연료를 옮길 중간저장시설, 영구 격리할 영구처분시설 마련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임시저장시설 포화율은 건식 96.51%, 습식 81.27%에 이르렀다. 게다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이 확정돼야 향후 원전 해체 과정에도 돌입할 수 있다.

하지만 재검토위는 제대로 된 공론화를 위해선 무작정 빠른 결론 도출에만 급급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타임테이블을 정해놓고 간다면 편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원칙은 따라야 한다"며 "이전에도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나 지역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위원회의 출발점인 만큼, 이를 잊지 않고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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