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해체·핵폐기물 관리는 에너지전환 최고 과제… 국민 신뢰 회복해야"

머니투데이 정리=유영호 권혜민 기자 2019.08.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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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프트, Newclear 시대-⑪<끝>]전문가 지상좌담

편집자주 2017년 6월19일 0시. 국내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원자력(Nuclear)에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Newclear)로 40년 만에 첫 전환한 순간이다. 눈 앞에 다가온 'Newclear 에너지 시대' 과제를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본다.

머니투데이는 원전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상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김상돈 한국수력원자력 사업본부장,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황태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연구소장.머니투데이는 원전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상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김상돈 한국수력원자력 사업본부장,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황태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연구소장.



[전문가 지상좌담-바람직한 원전해체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을 위한 제언]

◆참석자(가나다 순)
△김상돈 한국수력원자력 사업본부장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황태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연구소장

원전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원전사후관리 영역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특유의 정치·사회적 민감성 탓에 1978년 국내 첫 상용원전인 고리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지 4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는 원전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상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고리 1호기 해체를 시작으로 경험을 축적하고 산학연이 힘을 모아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나간다면 해외시장에서 통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과거 정책 실패 사례를 바탕으로 국민과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신뢰를 확보한다면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안전한 원전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숙제다.
▶신희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이하 신 국장)=에너지전환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점진적 이행이다. 수명이 다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고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의 안전한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건설·운영에 집중된 국내 원전산업을 전주기로 확장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이하 이 대표)=핵발전소(원전)가 수명이 정해진 기계인 만큼 안전하게 폐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해체 분야 기술과 법·제도가 충분치 못했다. 사용후핵연료도 마찬가지다. 모든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기술·지질문제·지역주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를 풀어가는 것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의 첫 상용 원전이자 첫 영구정지 원전인 고리 1호기 해체가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김상돈 한국수력원자력 사업본부장.김상돈 한국수력원자력 사업본부장.
▶김상돈 한국수력원자력 사업본부장(이하 김 본부장)=2022년 6월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 해체승인을 신청하기 위해 최종해체계획서(FDP)를 작성 중이다.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6월 제출 계획이다. 미국 대비 70% 수준으로 평가받던 원전해체 기술력을 지난 2월 기준 82%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6개, 내년 3개, 2021년 4개 등 남은 기술도 모두 확보할 계획이다. 호기당 7515억원으로 측정된 해체비용도 한수원이 매년 충당부채로 적립하고 있어 조달에 문제가 없다.

-2035년 세계 원전해체 시장 톱5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우리 경쟁력 수준은 어떤가.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기술 실증 및 고도화를 추진하면 2032년에는 세계 해체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례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에서 봤다. 한국 원전해체 경쟁력은 세계 시장에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신 국장=국내 해체시장이 약 22조6000억원 규모다. 2030년까지 원전 12기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국내 해체 과정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정부와 산·학·연이 힘을 모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간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고리 1호기 해체를 통해 트랙 레코드를 확보해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겠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원전해체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가장 유의해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
▶김 본부장=안전한 방폐물 처리다. 해체 방폐물은 원전 가동 중 나오는 방폐물과 달리 형태와 종류가 다양해 별도의 처리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 대표=기술을 뒷받침 할 제도적 틀이 없으면 안전한 해체가 불가능하다.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과 방사성 물질 저감 방안 및 제염 대책, 해체 이후 지역경제 연착륙 방안, 해체 과정 안전성 검증을 위한 규제 등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해체와 고준위방폐물 처분은 장기계획인 만큼 지역주민과 국민이 동의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사용후핵연료 정책과 관련해 많은 사회적 갈등을 겪어 왔다.

▶이 대표=정부가 과거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강행과 백지화가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신뢰를 잃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 이해당사자 참여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정 편의나 단기간에 결론을 유도하는 방식의 토론은 갈등을 심화시킨다. 과거 정책 실패에서 이런 점들이 제대로 짚어야 한다.

▶이 교수= 2005년 경주 방폐장 입지선정 당시 보상을 통한 형평성 문제 해결, 민주적 입지선정 절차 수립을 도입했는데 또 다른 갈등을 부추겼다. 입지선정 이후에도 지역 내 갈등이 벌어지고 부지 적정성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최종후보지 선정 이전까지 지역 수용성과 자발성을 우선으로 고려하되 최종입지 선정 과정에선 기술적 전문성과 지질학적 안전성 측면을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재검토를 진행 중이다.
▶신 국장=지난 5월 29일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했다. 공정하고 객관적 의견수렴을 위해 중립적 전문가 15명으로 구성했다. 위원회가 현재 세부적인 의견수렴 프로그램과 방법 등을 설계하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의견 수렴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
-성공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이 교수=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월성 원전이 2021년 11월 완전 포화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결정을 마냥 늦출 수 없다. 시급성과 유연성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중간저장시설 건설까지는 국가 정책으로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영구처분은 청사진을 분명히 제시하되 미래기술이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 주민투표 결과로 주민동의 여부를 판단하고 최종 입지 선정은 지질학적 안전성 등을 분석해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대표=국민들이 사용후핵연료 존재를 아직 잘 모른다. 보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생각도 강하다. 일각에선 임시저장시설 포화를 이유로 시급한 해결을 주장한다. 새로운 갈등을 만들 뿐이다. 다양한 이해당사자 참여를 보장하고 국민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에 쫓기듯 진행되는 공론화가 바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아직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개념을 재정립하고 한국의 관리 정책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과거 이런 과정없이 부지 선정에만 주안점을 뒀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 국장=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과 정책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의견수렴 절차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재검토위원회를 적극 지원하고 위원회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해 정책을 추진하겠다.
황태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연구소장.황태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연구소장.
-고준위 방폐물 문제는 관리기술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황태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연구소장(이하 황 소장)= 사용후핵연료를 처분 전까지 일정기간 저장하는 운반·저장 분야는 운반·저장겸용용기개발을 마치고 설계승인을 진행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반면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격리하는 영구처분 기술은 초기단계로 시급한 과제다. 연구용 지하연구시설을 통해 땅 속 환경을 조사·시험·검증하고, 처분시설 설계에 활용해야 하는데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기술확보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이 대표=당위론적 필요성만 갖고 공론화가 진행될 수는 없다.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는 ‘왜 우리가 이런 재검토에 참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빠져 있다. 정부가 현 단계에서 잘못 끼워진 단추를 어떻게 바로 잡을지 다시 한 번 고민했으면 한다.

▶이 교수=재검토위원회가 계획안을 제출해도 입지선정 단계에서 큰 저항이 예상된다. 정부 의지 없인 안 되는 일이다. 기술이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에 궁극적 해결을 도모할 이유는 없다. 지금 기술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황 소장=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긴 호흡과 안목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정책과 법제도, 기술개발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진행 중인 관리 정책 재검토가 매우 중요하다. 국민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사회적 공감대에 기초한 관리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전 해체·핵폐기물 관리는 에너지전환 최고 과제… 국민 신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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