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금리 인하 시사=마리오 드라기 ECB(유럽중앙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중앙은행 포럼에서 "앞으로 경기 전망이 나아지지 않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도 높아지지 않는다면 추가 경기부양이 필요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자산(채권) 매입 등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현재 ECB의 기준금리는 0%다.
최근 하락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상승률이 드라기 총재 발언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유로존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2%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떨어졌다. ECB의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코메르츠은행은 ECB가 이르면 다음 달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으며, 영국계 투자분석회사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이제 문이 열렸다"며 "드라기가 금리 인하로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 드라기 총재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뜻에 반해 지난해 금리 인상을 강행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단순 이사직으로 좌천시키는 방안의 합법성을 검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이 금리를 내리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호주와 러시아, 인도, 칠레 등이 최근 통화정책을 완화했으며, 한국은행의 인하 가능성도 계속 제기된다"면서 "(시장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설이 힘을 얻고 있으며, 심지어 50bp를 한 번에 낮추는 '빅컷'(big cut) 가능성까지 제기된다"고 했다. 연준은 2001년과 2007년 정책금리 목표를 50bp 내린 바 있다.
◆무역긴장 고조·채무부담 증가 우려도=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무역 긴장 고조와 채무부담 증가 등 많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드라기 총재가 금리 인하를 시사한 이후 "유로화 약세를 불러올 ECB 조처는 불공정하다"면서 "중국과 유럽 등이 수년간 이런 식으로 넘어갔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재 3조7000억달러(약 4360조원)에 이르는 신흥국의 달러 빚도 급증해 앞으로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채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준을 기점으로 도미노처럼 통화완화 경쟁이 확산하면 필요 이상으로 금리가 낮아질 위험이 있다"면서 "과도한 금리 인하는 채산성이 낮은 투자를 늘리는 등 세계 경제 안정성을 헤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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