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파티가 다시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 2019.06.09 04:00

[이상배의 뉴욕브리핑] 일자리 급감에도 '금리인하' 기대하며 주가 급등…연초 '강세장' 재연될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하며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펀치볼'(punch bowl)이 다시 돌아왔다." (에릭 브레거 캐나다외환은행 외환전략부문장)

'펀치볼'은 와인에 과일을 넣은 '펀치'라는 칵테일을 담는 화채그릇을 말한다. 서양식 파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펀치볼'이 돌아왔다는 건 파티가 다시 시작됐다는 뜻이다.

통상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걸 '펀치볼을 치운다'고 한다. 1951∼1970년 연준 의장으로 재임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가 "파티가 너무 달아오르면 펀치볼을 치우는 게 연준이 할 일"이라고 한 데서 비롯됐다.

경기가 과열될 때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 게 연준의 임무라는 뜻이다. 반대로 경기가 가라앉을 때 금리를 내려 돈을 푸는 것도 연준이 하는 일이다.

만약 경기가 그리 나쁘지 않은데도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면? 그럴 때 주식시장에선 '유동성 파티'가 벌어진다. 1987∼2006년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 시절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린스펀 의장이 주도한 '저금리'는 미국 증시의 장기활황을 끌어냈다.

만약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면 비슷한 장면이 재연될 수 있다. 올초와 같은, 아니 그 이상의 강세장이 도래할 수도 있다. 지난주(3∼7일) 뉴욕증시가 랠리를 펼친 이유다.

지난 5거래일 동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무려 4.7%나 뛰었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4.4%, 나스닥종합지수는 3.9%씩 올랐다.

그동안 금리동결 입장을 고수하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4일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다. 미중 무역전쟁 등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변심의 이유다.

7일 발표된 고용지표도 금리인하론에 힘을 보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폭은 7만5000개로, 전월의 22만4000개의 3분의 1토막으로 급감했다. 시장 전망치인 18만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은 인구구조상 매달 최소 1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져야 경제활동인구 증가 추세를 감당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 불안 요인 탓에 고용주들이 신규 채용에 신중해졌다는 분석이다.

역설적이게도 주식시장은 암울한 고용지표를 호재로 해석하며 더욱 뛰어올랐다. 7일 뉴욕증시의 3대지수는 모두 1% 이상 급등했다. 고용부진이 금리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CME(시카고상업거래소)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이 반영한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은 종전 17%에서 이날 고용지표 발표 직후 28%로 급등했다. 다음달까지 최소 한차례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약 75%에서 79%로 높아졌다.

시장은 9월까지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을 약 90% 반영 중이다. 정책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는 올해 △6월 18∼19일 △7월 30∼31일 △9월 17∼18일 △10월 29∼30일 △12월 10∼11일 등 총 5차례가 남아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경제가 로켓처럼 솟아오를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압박해왔다. 일각에선 실제로 금리가 인하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합의를 통해 무역전쟁을 끝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20년 재선을 위한 이른바 '경제호황 플랜'이다. 주식시장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만약 경기가 빠르게 꺾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금리인하는 호재가 아니라 경기둔화에 대한 당연한 대응에 불과하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너핸 수석전략가는 "고용지표 부진 자체는 나쁜 소식이고 주식을 팔아야 할 이유"라며 "그런데도 시장에서 금리인하의 명분으로 해석되며 호재로 인식된다는 게 일종의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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