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이재용도 가입한 임원배상책임보험, 뭐기에…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9.05.27 17:32

미국은 상장사 대부분 가입, 국내선 외환위기 후 가입 늘다 정체…의무가입 아니고 도덕적해이 우려도

편집자주 | 사외이사는 주식회사 경영의 조력자이자 감시자임에도 거수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적책임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역할의 면죄부가 늘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편법과 맹점을 들여다봤다.

기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유능한 경영진을 확보해 소신경영 펼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결정에 과도한 법적책임이 부과된다면 임원들은 이런 직무를 기피하게 될 수 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보상제도만으로는 임원을 보호하고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개발됐다. 기업의 임원이 업무수행과 관련해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때 이를 보험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회사가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피보험자는 회사의 임원이 된다. 고의, 사기 등을 제외한 민사소송에만 해당하며 담합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는 보상받을 수 없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이 가장 발달한 곳은 ‘소송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이다. 미국은 워낙 소송이 흔해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이 직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 임원배상책임보험이 일찍부터 활성화됐다. 1960년대부터 상장사의 대부분이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1991년에 처음 도입됐지만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활성화되지 않았다. 회사의 임원이 업무수행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당시에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법리라 기업이 이에 대해 대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하지만 1997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제로 이사에 대한 책임추궁이 이뤄지기 시작하자 국내 기업들도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내 임원배상책임보험 계약건수는 2000년 101건에서 2001년 264건, 2002년 386건, 2003년 372건으로 증가했다. 보험료 총액도 2000년 309억원에서 2001년 326억원, 2002년 761억원, 2003년 84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정체기가 길어지면서 2011년 계약건수 464건, 보험료 총액 273억원으로 2000년 초반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장사의 경우 2007년 말 기준 코스피 상장기업 39.2%(234개), 코스닥 상장기업 12.6%(121개) 정도로 늘어난 이후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종별 편차도 크다. 소송 가능성이 큰 금융업은 가입률이 54%에 달한다. 신한금융그룹 등 대부분의 금융그룹은 전 그룹 계열사가 가입했다. 소송이 늘어난데다 해외에서 소송을 제기당하는 경우도 많아 임원 뿐 아니라 직원을 대상으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금융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조업은 가입률이 15%, 비제조업은 26% 그친다. 삼성, 현대 등 해외 진출이 활발한 글로벌 기업의 경우 주요 계열사가 대부분 가입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가입률이 미미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 물론 사외이사나 감사위원들이 자신들에 대한 책임 추궁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그간 가입률이 높지 않았던 것”이라며 “강원랜드 이사들이 회사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부분 주의 회사법에 회사가 임원을 위해 책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상법 등 법률상 의무가입이 아니다. 또 일각에서는 임원배상책임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하다. 회사에 대한 손해를 대비하는데 보험료를 회사가 지급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사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등 도적적해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나온다. 보험을 믿고 엉뚱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임원에 대한 보호 측면도 있지만 유능한 임원들이 소신경영을 할 때 결국 주주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의무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도덕적해이와 면책범위 등에 대해 논의하면서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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