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미세먼지 중국 책임론의 허와 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 2019.03.20 04:00
중국 베이징에서 삶의 질은 공기 상태에 좌우된다. 아침이면 하늘부터 살핀다. 푸른 하늘이면 기분이 상쾌해지지만, 뿌옇게 보이면 금새 답답하고 침울해진다. 한동안 좋았던 베이징 공기가 지난 일요일(17일)부터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15일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와 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난지 이틀만이다. 중국에서는 국가적인 이벤트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중국 정부가 환경 단속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도 예외가 아니다. '양회 블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올해도 예년보다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공기 상태가 양호했다.

베이징 하늘이 '양회 블루'를 재현하는 사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양회에서 환경 개선 의지를 재차 강력히 피력했다. 시 주석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네이멍구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발전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벌여놓은 사업을 바로 옮기기 시작하고 환경을 희생해 경제성장으로 바꾸고, 심지어 생태 보호 사상을 무너뜨리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를 악물고 이 비탈을 기어올라 고비를 넘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에서 시 주석의 발언은 정부 정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 정부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주춤하는 듯 했던 환경 정책에 다시 고삐를 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의 강력한 환경 개선 의지는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중국발 미세먼지 논란과 관련한 한중간 갈등이다. 자신들의 개선 의지와 성과를 강조할수록 책임론에 대해선 더 선을 그으려 할 수 있다. 화나고 답답한 일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중국 책임론의 실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기오염 수준이나 대기 흐름상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정도나 범위에 대해선 측정 방식이나 해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이 선의를 가지고 순순히 책임을 인정한다면 모르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경험한 중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또 중국이 미세먼지 감축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책임론을 압박카드로 쓸 수 있지만 이미 우리보다 더 강도높은 감축 정책을 취하고 있다. 중국이 베이징 등 수도권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과정에서 산둥성 등 한반도와 가까운 지역으로 공장을 대거 이전해 미세먼지 영향이 더 커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산둥성 등 한반도를 마주보고 있는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기본이 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미세먼지 정책과 비교해보면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중국은 미세먼지 등급에 따라 민간기업을 포함한 공장들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최악 등급의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강제적인 차량 2부제를 실시한다. 우린 아직 그런 강제 조치들이 없다. 기후변화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2015년 대비 약 12% 감소했다. 그럼에도 미세먼지 피해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은 기후 변화 등으로 공기 흐름이 정체된 영향이 크다. 먼지가 누적되면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 이상 올라가는 일수가 증가한 탓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경제 영향이나 생활 불편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처럼 일사분란한 국가 체제도 아니다. 민주사회에서는 각종 저항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나의 목표가 생기면 단결해서 위기를 극복해내는 것이 우리 국민이다. 어렵고 더디더라도 그 길로 가야 한다. 실익없는 '중국 탓'만 해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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