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극심한 스모그는 최근 들어선 베이징에서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지난 2013년부터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대기질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베이징생태환경국이 발표한 '2018년 공기질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의 PM2.5 평균농도는 51㎍/㎥로 1년 전보다 12.1%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과 비교하면 무려 42.7%가 개선됐다.
사연은 이렇다. G2(주요 2개국) 국가이자 우리 최대 교역국으로, 북한의 최우방국가로, 우리 외교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중국이지만 정작 외교부 젊은 직원들은 중국 근무를 꺼린다. 지난해 상반기 재외공관 인사를 앞두고 진행한 근무 희망지 조사에서는 베이징 대사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중국 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세먼지와 상대적으로 낮은 체제비. 미세먼지는 익히 악명이 높았고 체제비는 최근 수년 새 중국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불리한 여건이 됐다. 근무 여건이 열악한 국가는 특수지로 분류돼 수당이 더 지급되지만 베이징은 거기에도 해당이 안된다. 미국 등 주요국이 베이징을 사실상 '오지' 로 취급해 '스모그 위험수당'을 지급하는 것과 대비된다.
젊은 외교관들의 중국 외면은 당장 외교 실무에서부터 영향을 미친다. A씨는 "보통 정무적인 협상을 하는 선임 외교관과 통역, 이슈 파악, 자료 준비 등을 맞는 실무자가 함께 팀워크를 이루게 된다"면서 "실력있는 후배와 함께 협상에 나서면 그만큼 든든한 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국내에 전문가들이 적다 보니 현장 협상의 중요성이 더 크다. 미국처럼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많아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세부적으로 주어지는 국가와 달리 현장 역량에 따라 달라질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우려되는 것은 전문 외교관들뿐만이 아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우리 국민들의 반중 감정이 최악 수준이다. 중국 관련 각종 기사들엔 내용과 관계없이 중국을 혐오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십상이다. 물론 중국의 자업자득인 측면이 크지만 지니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좋지 않다. 외교라는 것이 정치의 일부이고 정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기 힘들다. 냉철하게 국익을 지켜내야할 외교판에서 감정적인 대응은 득보다 실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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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들의 자국 중심주의가 강해지면서 외교는 점점 더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다. 실력이 없으면 우리 국익을 지켜낼 수 없다. 국민 여론이야 당장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중국 전문가를 키워내는 노력은 배가할 필요가 있다. 젊은 외교관들의 중국 기피 현상,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