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봄 나들이 기분 망쳤다, '진상족' 때문에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8.04.08 05:01

[봄 나들이 진상족-①]쓰레기 버리고 고성방가에 애정행각 '백태'…"이기주의에 동조 심리"

편집자주 |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봄나들이에 어김없이 그들이 나타났다. 네 기분은 나빠도, 나만 즐거우면 그만인 '진상족(族)'들이다. 술 마시면 안방이요, 길거리는 쓰레기통이다. 전동휠타면 폭주족이요, 연인들 '부비부비'에 민망함은 왜 보는 사람 몫인지.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 가장 많은 연관 검색어는 역시 '여행·나들이(3573건·4일 기준 닐슨코리아 벚꽃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다.

하지만 나들이 장소에 늘 진상족은 있게 마련. 직장인 이용식씨(37)는 지난 주말 한강공원에 갔다가 쌩쌩 달리는 자전거에 치일 뻔 했다. 이씨는 "조심하라고 소리쳤더니 대꾸도 안했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최지연씨(38)는 평일 봄볕을 쐬러 동네 공원을 찾았다가 술 취한 주정뱅이를 만났다. 최씨는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고 놀라 달아났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모씨(22)는 "벚꽃축제에서 키스하고 난리치는 연인들이 제일 꼴불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자친구가 없다.

이런 진상족의 심리는 대체 뭘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성향이 있는 것은 확실하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니까 동조하는 심리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 우리나라 국민들이 '나만 손해보기 싫다'는 성향도 강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관련 법규가 없는 것도 많고, 단속을 할 수 있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봄나들이 시즌엔 관리한다고 하긴 하는데 난감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결국 뻔하지만 '시민의식'에 기대야한다는 이야기다. 2주 전 주말 일본 도쿄도 나카메구로에서 벚꽃 구경을 했다던 하모씨(33). 길에서 파는 벚꽃 스파클링 와인을 기분 좋게 마셨다가 쓰레기통이 없어 혼났단다. 아무리 걸어도 빈 잔을 버릴 곳이 없었다.

하씨는 "그런데도 길에 쓰레기 하나 굴러다니는 것을 못 봤다"며 "인파도 엄청났지만 소란 없이 질서정연했다"고 감탄했다.

진상족을 '극혐'(극도로 혐오한다)한다는 직장인 이모씨(36)의 양심고백. 실은 지난해 여의도 벚꽃축제서 다 마신 커피컵을 바닥에 슬그머니 버렸단다. 그렇다. 지금 "맞아, 맞아"라고 외치는 당신도 혹시 누군가에게 진상족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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