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낮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간 지난달 3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많은 인파가 몰려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강바람에 실려오는 쓰레기 악취= 봄 나들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한강공원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공원을 찾은 이용객은 7575만5070명에 달한다. 특히 날씨가 풀리며 벚꽃이 피고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등 각종 행사가 열리는 4월에 이용객 수가 부쩍 증가한다.
지난달 30일 밤 10시 찾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쓰레기에 들어 있는 오물들이 흘러나와 악취가 진동했다. /사진= 유승목 기자
화단이나 전단지 수거함에 맥주캔을 꽂아놓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친구와 여의도한강공원을 찾은 이모씨(27·여)는 "기분 전환하러 왔는데 쓰레기가 널려 있고 냄새까지 심해 오히려 불쾌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밤도깨비 야시장' 행사안내요원들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독려하고 있다(사진 왼쪽). 지난달 31일 서울여의도한강공원 앞에 간밤에 쌓인 쓰레기가 쌓여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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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단속 여부에 있었다. 반포한강공원은 야시장 관계자가 빨간 안내봉을 들고 쓰레기 분리·배출을 독려했다. 현장 관계자는 "이용객들이 대체로 안내에 따라 분리수거를 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먹은 치킨을 분리수거한 대학생 이모씨(23·남)는 "불빛도 밝고 안내원이 분리수거를 요청하니 함부로 버리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 쪽에는 특별한 감독이 없었다. 이날 산책을 나온 허모씨(55·남)는 "쓰레기를 두고 가는 사람을 여럿 봤다"며 "날도 어둡고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사람도 없어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한강공원 내 위법행위 단속 및 계도 현황. /그래픽= 김지영 디자인기자
◇버리는 사람,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할까= 고단한 것은 결국 이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뿐이다.
다음날(31일) 아침 쓰레기가 가득찼던 여의도 한강공원은 말끔해져 있었다. 컵라면 용기 하나 없었다. 한강공원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이른 새벽부터 나와 쓰레기를 청소했기 때문. 수북이 쌓인 쓰레기를 청소하는데 투입된 인원은 20여명이었다. 이마저도 이용객이 증가하는 철이 되면서 늘어난 인원이다. 이들은 요즘 새벽 6시30분부터 밤 늦게까지 쓰레기와 사투를 벌인다.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서울여의도한강공원의 모습. 쓰레기가 깔끔하게 치워져 있지만 오물 흔적이 남아 악취가 진동했다(사진왼쪽). 원효대교 밑 여의도한강공원 쓰레기장에서 오후 청소를 시작하는 환경미화원들. /사진= 유승목 기자
이러한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종된 시민의식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강공원을 자주 찾는 윤모씨(61)는 "촛불집회나 월드컵때는 자진해서 쓰레기도 치우던 시민들이 한강공원에 놀러 오면 180도 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관계자는 "강력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인원이 몰려들어 한계가 존재한다"며 "시민 스스로 시민의식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학자인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된다'는 것은 알지만 '여가'라는 개인적 일탈 속에서 이에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질서를 위해 필요한 단속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이 적극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