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과한 음주에 따른 추태가 심각해지자 당국도 음주 문화 개선에 나섰다. 서울시는 새해 서울숲·월드컵·경의선숲길·어린이대공원 등 22개 공원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했다. 음주로 소음·악취 등 혐오감을 주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연트럴파크에서 시민들이 음주를 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자아 기자
연트럴파크에는 지난해부터 '공원이 2018년 1월1일부터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 운영된다'는 현수막이 설치됐다. /사진=이재은 기자
그럼에도 손 쓸 방법은 없다. 공공 음주를 불법으로 보는 상위법이 없어 '음주청정지역'의 강제성이 없기 때문. 공원 관계자들은 "파출소도 어떻게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도 "단속에 나설 때면 파출소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3일 오후, 여의도 한강공원 근처 여의나루역의 편의점에 주류를 사려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사진=이재은 기자
이를 알기라도 하듯 시민들은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둘러앉아 배달 음식과 함께 맥주 피처 2병과 소주 3병씩을 두고 술을 즐기고 있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음주가 가능한 한강공원 문화에 만족감을 보였다. 대학생 장서인씨(21)는 "술집에서 마시면 비싼데 야외에서 즐기면 기분도 좋고 값도 싸다"고 말했다. 인근 직장인 조모씨(50)도 "좋은 날씨에 적당히 술을 즐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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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그는 "술에 취해 자꾸 시비를 거는 이들에게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말리는 일도 잦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강공원이 청소년 비행의 온상이라면서 "청소년들이 술을 사와 밤에 텐트에서 민망한 짓을 하는 게 여간 많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원 음주문화가 외국인들의 눈에도 과하긴 마찬가지였다. 모스크바 출신 관광객 올가 키리요바·마리아 바카모바씨는 "러시아에선 술을 더 많이 마시지만 공개된 장소에선 마시지 않는다"면서 "건강에도 나쁘고 싸움도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술도 밤 11시 이후에는 팔지 않는다"면서 "여기서는 '모든' 이들이 술을 마시고 있어 놀랐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대공원 정문 입구에 '음주 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어린이대공원 내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 없냐"는 질문을 던지자 주인은 "공원 안 모든 편의점에서 다 술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은 아니지만 다 같이 팔지 않기로 해서 없다"며 기자에게 무알코올 맥주를 권했다.
공원 정문 안내인은 이 같은 변화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예전에는 술 먹고 난동 부리고, 소리 지르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이제 문화가 정착돼 간혹 군민회 등에서 와서 박스째로 술을 마시는 이들이 있으면 민원이 수댓건씩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3일 어린이대공원 내 편의점 전경. /사진=이재은 기자
지난해 '음주청정지역 조례안'을 발의한 김구현 전 서울시의원은 "술을 사회적 폐혜가 될 정도로 마시는 걸 금지하는 건 세계적 추세"라면서 "우리나라는 음주에 대해 관대한데 청소년·아이들이 찾는 공원 등에서라도 과한 음주를 제한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