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공원서 '쌩쌩' 전동휠 폭주…걷기도 힘들어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8.04.0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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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나들이 진상족-⑤]면허증없이 공원 질주하는 전동휠에 '아찔'·대여점 불법 방조…"관련 법규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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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를 타고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다./사진=한지연기자전동 킥보드를 타고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다./사진=한지연기자


#지난 1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여의도 지구에서 전동 킥보드를 탄 남성 무리가 '쌩쌩' 바람 소리를 내며 달렸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갈 지'(之)자로 가로지르는 탓에 아찔한 상황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친구를 부르기 위해 잠깐 멈춰섰던 이모씨(24)는 뒤를 돌아보는 순간 빠르게 곁을 지나간 전동킥보드에 화들짝 놀랐다. 이씨는 "소리가 안 나 킥보드가 오는 지도 몰랐다"며 "하마터면 부딪쳐 다칠 뻔했다"고 말했다.

전동휠 이용자가 한강공원 내 시민들의 보행을 위협하고 있다. 세그웨이와 전동킥보드 등을 타고 무분별하게 다니는 탓이다. 한강공원 내에선 운행이 금지돼 있지만 이 같은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면허증도 필요하지만 공원 근처 성업중인 대여점들은 검사는 커녕 '단속하지 않는다'며 불법행위를 방조하고 있었다.



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공원 내 무질서 행위로 계도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수는 14만107건, 이중 전동휠 등 이륜차 진입 적발 건수는 7792건이었다.

1일 여의도 한강지구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는 시민들./사진=남궁민기자1일 여의도 한강지구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있는 시민들./사진=남궁민기자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조례 17조'에 따르면 공원 내 전동휠 운행은 금지돼 있다. 위반하면 과태료 5만원이다. 동력장치가 없는 일반 킥보드와 인라인 스케이트 등은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원 내 위태롭게 전동휠을 타던 이용자들은 대부분 한강 내 전동휠 이용이 불법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전동킥보드를 즐기던 한 커플은 "(불법인지) 전혀 몰랐다"며 "자전거 도로에서 타도 안되냐"고 반문했다.

별로 안 위험하지 않느냐 반문할 수 있지만, 최고 속도가 30km/h에 이른다. 작은 충격에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50CC 미만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이 때문에 2종 원동기 자전거 면허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갖춘 만 16세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원 내 전동휠 이용자들은 대여점에서 약 30초가량 숙지법을 배운 것이 전부였다. 면허증을 갖춘 이도 찾기 힘들었다. 근처 대여점에서 세그웨이를 빌려 타던 홍콩인 '제임스'(James)는 만 11세에 불과했다.
한강 공원 내에서 전동 휠을 탈 수 없다는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무용지물이다./사진=한지연 기자한강 공원 내에서 전동 휠을 탈 수 없다는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무용지물이다./사진=한지연 기자
공원 근처 대여점들은 불법 행위를 방조하며 성업 중이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전동 휠 대여점은 전동 킥보드를 건네줄 때까지 면허증에 대한 안내는커녕 한강공원 내에서 타기를 권했다.


대여점 관계자는 "단속 안하니까 면허증 없어도 된다"며 "안 걸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또 "한강 공원에서 타는 것도 단속 안하니 괜찮다"고 덧붙였다.

안전장비는 아예 필요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무면허 상태로 전동휠을 운행하다가 사고가 나면 최대 벌금 30만 원이 부과될 수 있다.
[빨간날]공원서 '쌩쌩' 전동휠 폭주…걷기도 힘들어
이에 대해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 총 155명의 공공안전관이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대여점의 영업을 제한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동 휠에 대한 운행조건이 법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전기자전거 또는 오토바이 관련 법을 따르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관련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운전자들도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인도가 아닌 차도 끝을 따라 운행하며 보행자 안전을 배려하는 등 신중하게 운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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