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차 '현대車맨'…프리미엄 독서실로 '인생 2막' 달린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17.06.04 07:11

[50+의 나만의 재테크]④ 이강동 플랜에이 김포 구래센터 대표 "망원경 대신 돋보기로 세상 봐"

편집자주 | '100세 시대'이다. 50~60대에 은퇴해도 살아온 만큼의 시간을 더 살아야 한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에게는 노후 준비가 최고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시니어 일자리, 시니어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신만의 '재테크' 방식으로 새로운 인생 2막을 꾸려가고 있는 '50+세대'를 만났다.

5월1일 오픈한 프리미엄 독서실 '플랜에이' 김포 구래센터 카페라운지 모습./ 사진=이영민 기자
"은퇴했다고 산에만 다닐 수 없잖아요. 최소 10년은 더 일해야겠더라고요."

34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이른 새벽 출근, 밤늦은 퇴근은 일상이었고 휴가 한 번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다. 2016년 12월 31일, 은퇴 날짜를 받았지만 30여 년을 일하던 관성 때문인지 '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1982년 현대자동차 입사한 후 총괄인사팀장, 베이징현대차 이사를 거쳐 현대모비스 납품업체 대표까지,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한 기업에 쏟았다. 일은 하고 싶었지만, 인생 2막은 다르게 살고 싶었다.

퇴직 6개월 전부터 새로운 인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프리미엄 독서실'을 알게 됐다. 프리미엄 독서실이란 학습자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하고 편안한 인테리어에 중점을 둔 신개념 독서실이다.

"은퇴 후 프리미엄 독서실을 운영하던 지인이 추천해서 알게 됐어요. 경영마인드만 있으면 특별한 노하우도 필요 없고, 장치사업이라 재투자 비용도 적다고 하니 이 사업이다 싶었죠."

이강동 플랜에이 김포 구래센터 대표(60)의 얼굴에는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설렘이 묻어났다./ 사진=이영민 기자
지난 5월 1일 프리미엄 독서실 '플랜에이' 김포 구래센터를 개업한 이강동 대표(60)의 얼굴에는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설렘이 묻어났다.

약 3만 세대가 거주 중인 김포한강신도시 구래동 내 중심상업지구에 위치한 독서실에는 개업 한 달 만에 50여 명의 회원이 등록했다.

고객은 성인이 70%를 차지한다. 취업준비생, 고시생,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이다. 중·고등학생이 적은 이유는 고객 확보보다 면학 분위기를 우선한 이 대표의 운영 방침 때문이다.

"30분도 못 앉아있고 돌아다니는 중학교 1 학년 학생이 있었어요. 조금 더 성장한 후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크게 화를 내시더라고요. 정말 공부를 하고자 오는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게 하려면 어쩔 수 없죠. 고객들이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지향점입니다."

전통 독서실의 모습과 매우 다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모습은 카페에 가깝다. 카페라운지는 넓게 트인 공간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게 익숙한 고객을 위한 공간이다. 원두커피는 물론 다양한 음료와 간식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카페라운지 공간 옆에는 그룹 활동을 위한 스터디 룸도 있다.

125석을 갖춘 열람실 공간에는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있다. 4면이 차단된 1인실부터 3면만 차단된 1인석, 파티션의 높낮이가 다양한 자유석까지 학습자가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쾌적한 공간을 위한 공기청정기,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백색소음기도 갖췄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난방기 대신 독서실 전체 바닥에 온돌이 설치됐다. 건물 바로 위층에는 공부하다 머리 식히기 좋은 옥상 정원도 있다.


카페라운지는 넓게 트인 공간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게 익숙한 고객을 위한 공간이다. 원두커피는 물론 다양한 음료와 간식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사진제공=플랜에이 김포 구래센터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인스튜디오 '플랜에이'는 학원, 독서실 등 교육공간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해오던 아지오디자인이 지난해 프리미엄 독서실 브랜드로 새로 시작했다.

보증금과 리모델링 비용 등 초기 자본금은 독서실 운영에 필요한 최소 평수인 70~80평 기준 4억 원 정도다. 임대료, 관리비, 부식비, 인건비 등 한 달 운영비용은 넉넉잡아 1000만 여 원. 김포 구래센터는 110평에 총 150석을 갖추고 있다. 좌석당 월 이용료는 16만~20만 원이다. 이 대표는 5년이면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서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오전 8~오후 2시, 오후 2~오후 6시, 오후 6~새벽 1시 3교대로 5명의 아르바이트생이 격일로 근무한다. 독서실 총무를 떠올리면 공부할 장소가 필요해 낮은 임금을 받고 종일 자리를 지키는 고시생이 생각나지만, 이 대표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우선 고용했다. 인건비가 몇 배로 들어도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이다.

125석을 갖춘 열람실 공간에는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있다. 4면이 차단된 1인 독립실부터 3면만 차단된 1인석, 파티션의 높낮이가 다양한 자유석까지 학습자가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사진제공=플랜에이 김포 구래센터

이 대표는 독서실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이 '보람'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공부하는 고객들을 보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가 목표한 바를 이뤄내는 분들을 보면 보람도 느끼고요. 학부모들이 자식을 맡기면서 '잘 부탁드린다'라고 하면 강한 책임감도 느껴져요."

오랜 직장생활이 몸에 밴 이 대표는 여전히 이른 시각에 나선다. 독서실 홍보를 위해 인근 학교에서 판촉을 하고, 독서실에 상주하며 면학 분위기를 관리한다.

여전히 일에 몰두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달라졌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망원경만 갖고 세상을 봤어요. 미국 경기가 어떤가, 유럽 자동차 판매는 어떤가, 중국 공장 생산은 잘 되고 있나 등 세계 시장 이슈가 제 주된 관심사였으니까요. 요즘은 세상을 돋보기로 보고 있어요. 제 주변과 가족들을 세심하게 살필 여유가 생겼거든요. 고객들도 세심하게 살펴서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움되는 공간을 꾸리는 게 제 새로운 인생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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