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0원' 평범한 주부…'에어비앤비'로 인생 2막 꽃피우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6.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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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스페셜] '숙박재테크'로 노후 준비하는 '50+세대' 만나다 ①

편집자주 '100세 시대'이다. 50~60대에 은퇴를 해도 살아온 만큼의 시간을 더 살아야 한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에게는 노후 준비가 최고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시니어 일자리, 시니어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비용이 비교적 많이 들지 않는 '숙박재테크'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숙박업'으로 단순히 재테크를 넘어 새로운 인생 2막을 꾸려가고 있는 '50+세대'를 만났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공유숙박업을 운영 중인 김귀녀씨(60). 수입도 연금도 없던 상황에서 에어비앤비를 만나 '인생 2막'을 화려하게 보내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공유숙박업을 운영 중인 김귀녀씨(60). 수입도 연금도 없던 상황에서 에어비앤비를 만나 '인생 2막'을 화려하게 보내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인생의 바닥에서 솟아날 구멍을 찾았죠."

수입 0원. 연금 0원. 돈이 급했다. 일자리를 찾아보다 50세 이상이 '시니어'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시니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일해도 월 100만원 벌기가 어려웠다. 인생의 바닥까지 간 기분이었다.

우연히 본 기사에서 솟아날 구멍을 찾았다.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 설립자 이야기였다. 10여 년 전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노후에는 바닷가 조그만 집에서 비앤비(B&B, 개인 집의 객실을 활용하는 숙박형태)를 하겠다던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들 기회였다.



곧바로 에어비앤비에 가입하고, 공유숙박업 운영을 시작했다. 딸이 결혼한 후 비어있던 방이 그 어떤 연금보다 든든하게 느껴졌다. 2011년 9월, 그렇게 김귀녀씨(60)는 에어비앤비 한국 1세대 호스트가 됐다.

"기사를 봤을 때 가슴이 뛰었어요. '이건 내 거다. 내가 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노후에 비앤비를 하고 싶었는데, 터전을 안 옮기고 서울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하니 운명처럼 느껴졌죠."



◇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다
딸이 결혼한 후 비어있던 방 하나는 이제 김귀녀씨의 든든한 연금이다./ 사진=이동훈 기자딸이 결혼한 후 비어있던 방 하나는 이제 김귀녀씨의 든든한 연금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준비 비용은 샤워 타월 6장이 전부였다. 전기세 등 기본적인 비용 외에는 운영비용도 없다. 에어비앤비 가입비도 없다. 대신 숙박료의 3%를 에어비앤비에 수수료로 지급한다. 숙박료는 집주인이 임의로 책정한다. 김씨는 방 하나에 1박당 6만원, 집 전체를 빌려줄 경우 1박당 24~25만원을 받는다.

일주일 만에 첫 손님이 생겼다. 애니메이션업계에서 일하다 안식년을 맞아 홀로 한국을 방문한 미국 여행객이었다. 함께 등산도 가고, 국내 이곳저곳을 돌며 그림도 그렸다. 지금도 서로 연락하며 지낸다. 김씨는 첫 손님뿐만 아니라 모든 손님들과 친구로 지내며 연락을 주고받는다. 지금까지 만난 손님 130여팀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이름과 특징을 노트에 기록한다.

"한 번 오는 손님은 내 사람으로 만들어요. 생계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게 제겐 더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손님에게 너무 인색하게 굴지 않아요. 손님들도 그런 제 마음을 알고 자주 찾아주시는 듯해요."


손님을 친구처럼 대하는 운영 철학으로 김씨는 최고의 호스트가 됐다. 에어비앤비 코리아에서 선정하는 '슈퍼호스트'에도 매년 이름을 올린다. 지난 2014년에 열린 슈퍼호스트를 위한 파티에서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호스트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베스트 호스트인 김씨의 방은 3개월 전에 예약해야 올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소박한 생활비 정도는 거뜬히 번다. "노후에 경제활동을 하는 게 많은 사람들의 꿈인데, 제가 그걸 하고 있다는 게 참 행운인 것 같아요. 정년도 없고, 이렇게 든든한 연금이 없어요."

◇ '인생 2막' 화려하게 꽃피우다
김귀녀씨의 집은 그의 미술 작품으로 가득차있어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사진제공=에어비앤비김귀녀씨의 집은 그의 미술 작품으로 가득차있어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사진제공=에어비앤비
김씨의 집은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예전부터 취미였던 그림 그리기에 열중할 여유가 생긴 덕분이다. 미술업계에서 일하는 손님이 올 때면 함께 그림을 그리며 취미를 공유하기도 한다. "친구도 사귀고, 취미도 충분히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다니, 이런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

김씨는 오는 9월 서티벳에 갈 예정이다. 딸이 대학에 입학한 뒤, 홀로 배낭여행을 떠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던 그는 종종 여행을 떠나면서 집 전체를 손님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여행 때문에 비우게 된 집이 저절로 돈을 벌어주는 셈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된 후 김씨에게 여행은 생활이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파리에서 열린 '슈퍼호스트 행사'에 한국 대표로 초청됐다. 110개국에서 5000여명의 호스트가 모였다. 전 세계 호스트들과 함께 디너파티를 하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강의도 해봤다. 지난해 '좋은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는 법'을 강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강사 소개란에 제 이력이 쓰여 있는데 놀랐어요. 방송 출연, 인터뷰, 슈퍼호스트 선정된 일들이 쌓이면서 엄청 화려하더라고요. 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강사'라니.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된 후로 새롭게 경험한 일이 정말 많아요."

공유숙박업을 시작한 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김씨는 지인들에게 에어비앤비를 추천하기도 한다. "제 나이 또래가 하기에 최고라고 생각해요. 자녀 결혼하면 집도 썰렁해지고, 갱년기 우울증이 올 수 있잖아요. 하지만 새로운 친구를 계속 사귀다보면 우울할 틈이 없어요."

이제는 스스로 '시니어'임을 인정하게 되는 나이지만, 김씨는 여전히 앞으로의 인생이 설렌다. "50세가 넘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으니 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모르잖아요. 70됐을 때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지 기대돼요."

◇ Tip! 에이버앤비로 '인생 2막' 준비하기

'수입 0원' 평범한 주부…'에어비앤비'로 인생 2막 꽃피우다
1. 투자는 적게

김씨의 공유숙박업 초기 투자비용은 '샤워타월 6장'. 인테리어 비용 등에 많이 투자할 필요 없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수록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2. 영어 두려워 마라

김씨가 말하는 공유숙박업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은 영어였다. 영어가 서툴던 초창기에 사전은 필수였다. 미국 본사에 보낼 메일이 있으면 손님에게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님들과 소통할 땐 망설이지 않았고, 이제는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 요즘은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한글 번역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3. 얽매이지 마라.

호스트가 호스팅에 얽매여선 안 된다. 아침 식사도 화려한 한식 차림보다는 과일, 요거트 등이 덜 부담된다. 서비스가 과하면 호스트가 지치기 마련. 호스트가 즐거워야 오래갈 수 있다.

4. 마음을 열어라.
새로운 문화에서 온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면 마음을 여는 자세가 필수다. 마음을 열고 받아준 손님은 단골이 되고, 또 다른 손님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인간애를 우선으로 할 때 얻어지는 게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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