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펜션 '풍경'의 주인 우성정(54·오른쪽)·조선미(52) 부부는 한옥체험업을 준비하면서 결혼생활 25년 동안 쌓은 만큼의 추억이 새롭게 생겼다./ 사진=이동훈 기자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소박한 마당이 나온다. 마당 한 쪽 담벼락에 그려진 갈대밭 오솔길 풍경, 그 앞에 옹기종기 놓인 크고 작은 장독이 친근함을 더한다. "친정 엄마랑 엄마 친구 분들께 하나씩 얻은 장독이에요. 이런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도 다 추억이 담겨있어요."
결혼 25주년을 기념하는 은혼식에도 부부는 사업 준비에 바빴다. "잘나갈 때는 은혼식 때 호화 유람선을 태워주려고 했는데, 한강 유람선도 못타고 일하고 있으니 마음이 많이 착잡했죠. 아무 말도 안하고 고생해준 아내가 정말 고마웠어요."
◆ 한옥 '풍경'을 만나다
한옥 '풍경'의 주인 우성정(54·오른쪽)·조선미(52) 부부./ 사진=이동훈 기자
고민이 많던 시기에 지금의 한옥을 만났다. "집에 들어선 순간 여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대문 안 도심에서 이런 조용한 한옥이라니, 마음의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지금 사는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대출을 해서라도 사기로 결심했어요."
이 시각 인기 뉴스
처음부터 '한옥체험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직장을 구하면서 동시에 다른 일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한옥을 활용할 방법을 구상했어요. 전문성이 필요한 찻집이나 음식점보단 한옥체험이 쉬울 것 같았어요. 경험이 없어도 성의를 다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죠."
준비는 쉽지 않았다. 돈을 들여 전문가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부부는 직접 발로 뛰었다. 동대문, 을지로, 청계천의 시장 이곳저곳에서 가구와 소품을 구매하고, 벽지도 직접 골라서 도배했다. 비용은 2000만원 정도, 준비 기간은 3개월 정도 걸렸다.
서울시 '한옥지원센터'의 도움이 컸다. 준비 초기 단계부터 구청 담당자와 협의하면서 진행했다. 한옥체험업 수요와 공급, 수익 등 시장 전반에 대한 정보도 들을 수 있었다. 부부는 "시작 단계부터 담당 공무원과 협의하면서 준비한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인생2막 '풍경'을 꿈꾸다
한옥 '풍경'의 주인 우성정(54·왼쪽)·조선미(52) 부부는 지난달 29일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받고, 7월 한옥펜션 '풍경'을 공식 오픈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한옥이 모두에게 '유쾌한 쉼터'가 되는 게 부부가 꿈꾸는 풍경이다. 한옥 이름 '풍경'도 그런 목표에서 따왔다. "저희 한옥 주변에는 성균관, 창경궁, 북악산 등 서울의 역사, 문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어우러져 있어요. 이곳에서 사람들이 서울의 풍경을 즐기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풍경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풍경'이란 이름을 붙이게 됐어요."
해외영업 14년, 국내영업 15년. 30년 가까이 영업에 몸담은 우씨는 자신만의 영업철학을 갖고 있다. "영업을 하다보면 반칙성 유혹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원칙대로 사람을 감동시키겠다는 신념을 갖고 일했어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인정을 받게 되더라고요."
"한옥체험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돈보다는 사람을 우선하는 마음으로 손님이 진정한 휴식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단골도 생기고 운영도 안정되지 않을까요?"
◆ Tip ! 성공적인 '한옥체험업' 준비하기
서울시는 신규 등록/지정증을 발급받은 신규 숙소를 대상으로 간판 제작비, 객실물품, 사진촬영, 전화통역서비스, 액자, 지하철노선도 포스터 등을 지원한다. 또 신규 숙소 운영자를 대상으로 객실관리 노하우, 필수 안전교육, 요리 교실, 온라인 홍보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 한옥 주변을 파악하라.
우씨 부부는 '숙소맞춤형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직접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손님의 연령이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여행 코스를 마련했다. 손님이 한옥 내부 체험뿐만 아니라 한옥 주변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3. 한옥을 사랑하라.
한옥체험업 운영자에게 한옥 사랑은 필수다. 일반 건물보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한옥의 어쩔 수 없는 불편함과 관리의 어려움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