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뉴노멀, 부자들의 생존규범

머니투데이 성화용 더벨 편집국장 | 2016.01.12 07:00
성장의 시대는 저물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5%안팎(정부 추산 2.7%)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성장률 전망치는 2%대가 주류다.

우리 경제는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연 10%씩 성장했다. 80년 2차 오일쇼크와 98년 외환위기 때 마이너스 성장으로 큰 충격을 받은 적은 있지만, 강한 반등이 뒤따랐다. 2000년대 이후에도 연평균 5%씩은 성장을 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2년간 주춤했다가 2010년 다시 6%대의 성장으로 튀어 올랐다. 이러한 수십년의 흐름에 확연한 변화가 일어난 게 2011년부터 5년간이다. 2%대와 3%대의 GDP성장률로 답답한 흐름을 보이더니, 이제는 '성장의 시대'로 회귀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주변의 현실은 숫자보다 더 와 닿는다. 실업이 늘고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 취업준비생들은 예전 고시생들처럼 비장하고 추레하다.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불황이라고 아우성이다. 수년째 고통을 겪어내느라 진이 빠졌다. 전문직 종사자들마저도 구직이 어렵다. 편해 보이는 업종이 없다. 전기전자, 중공업, 조선, 유화, 건설, 소비재, 자동차 등 어떤 산업을 들여다봐도 좋아질 것 같지 않다.

마침내 우리는 이 뉴노멀(New Normal)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해 당혹스럽지만, 여기에 맞는 생존방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구조개혁을 해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노동, 교육분야의 개혁과 서비스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과잉투자와 디플레이션을 뉴노멀의 배경으로 보는 쪽은 공급측면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부실한 생산자를 퇴출시켜 생산량을 줄여야 디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조강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해법이 될 것이다.

이런 류의 권고에 귀를 기울이는 것 외에, 다른 측면에서도 뉴노멀 해법을 얘기하고자 한다.


성장의 시대에는 그 과실만으로 다른 허물들이 덮였다. 성장의 부스러기를 향유하는 것만으로도 불만을 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뉴노멀은 단숨에 인내의 바닥을 드러내게 만든다. 그래서 저성장·저소비로 정의되는 뉴노멀의 또 다른 키워드는 '분배'이며, 이 분배와 관련된 규범 또는 규율은 주로 '부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이미 그들의 행동양태가 달라지고 있지만 그것이 옳은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표적인 게 부자 몸조심 또는 선제적 구조조정이다. 수십조원의 현금을 쌓아둔 우량 대기업들이 비주력기업을 처분하고, 몸집을 줄이면서 불황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개인에 대입해도 비슷하다. 아끼고 줄여서 미래에도 부자로 남으려는 보수적인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망하는 시기를 늦추는 데 유용할 수는 있겠으나, 그들 주변의 생태적 기반이 무너지는 걸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만 있으려 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할 뿐 아니라 어리석다고도 할 수 있다.

뉴노멀시대에 필요한 건 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언젠가 다시 성장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고 내핍을 통해 견디는 건 전형적인 '올드 노멀' 생존법이다. 부자들이 주변을 배려하고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 지출하는 걸 '자선'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비용'으로 인식해야 할 때가 왔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고용자가 피고용자에 합리적인 '뉴노멀 비용'을 지불할 때 새로운 질서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함께 버티고 인내하며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자들이 채택해야 할 뉴노멀 생존 규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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