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삼성·현대차, 새벽 출근의 그늘

머니투데이 성화용 더벨 편집국장 2015.05.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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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율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출근시간일 것이다.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하려면 몇 시부터 준비해야 할까. 회사까지의 거리와 생활습관 등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세면과 식사, 동선 등을 감안한 평균 소요시간을 1시간30분으로 잡아보자. 적어도 오전 5시에는 일어나야 출근시간을 맞출 수 있다. 이런 삶의 유형을 가진 직장인을 '새벽 출근형 인간'이라고 하자.

한국의 대표적인 '새벽 출근형 인간'은 바로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임원들이다. 이들의 출근시간이 바로 6시30분.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창업주 때부터 새벽 출근으로 유명한 곳이다. 삼성그룹은 2012년 7월부터 그랬으니, 만 3년이 다 돼간다.



새벽 5시에 기상하려면, 그것도 매일같이(물론 휴일은 빼고) 그렇게 하려면, 생활 패턴이 거기에 맞춰져야 한다. 적어도 11시에 잠이 들어야 6시간 수면이 가능하다. 역산해보면 술을 곁들인 저녁 약속이 9시 전에는 끝나야 그런 스케줄이 나온다. 들어가는데 평균 30분, 씻고 뉴스라도 들여다보는 데 1시간, 잠들기 까지 30분은 필요하지 않겠나.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면 다른 일을 할 시간은 거의 없다. 심지어 운동할 시간도 마땅치 않다. 회사 옆에 붙어사는 사람이 아니면 잠을 줄여야 운동이 가능한데, 그렇게 하는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될 지도 의문이다.



이런 방식의 삶에 큰 무리가 없는 사람도 있다. 잠이 적고, 일찍 일어나는 게 편하고, 빠듯하게 시간에 묶여도 거부감이 없는 체질들이다. 그러나 영 힘든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십년간 익숙했던 생활방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생체 리듬이 아예 다른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새벽 5시 기상'은 극단적인 절제와 인내를 상징한다. 어쩌다 풀어놓고 술 한잔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참고 견뎌야 한다. 긴장하지 않으면 헝클어진다. 하루가 버거우면 한 주, 한 달이 무너진다. 결국 사는 방식을 전적으로 6시30분 출근에 맞춰야 한다. 이들은 '새벽 출근형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늘 죄어야 한다.

출근 시간을 기준으로 구획정리를 해보면 '편안한' '견딜만한' '고통스러운'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문제는 편안하거나, 그럭저럭 견딜만하거나, 허덕이며 고통스러워하는 것과 상관 없이 이들 모두가 ' 새벽 출근형 인간'으로 점차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대개 한 방향의 품성과 재능을 부여 받는다. 엄격한 규율과 긴장에도 큰 무리없이 적응하는 사람들은 그런 측면의 재능이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내와 절제의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이 동시에 주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조금은 게으르고, 분방하며, 무질서한 양태에서 기발하고 탄력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임원들이 오전 6시30분 출근 시간에 의해 특정한 삶의 유형으로 획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들 중 일부는 효율적이라고 하고, 일부는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견디기 힘든 이들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시간 맞추기'에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동여매고 쥐어짜는 게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때도 있었다. 애플, 구글, 토요타, 폭스바겐과 경쟁하는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서 과연 우리 기업들에게 부족한 게 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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