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과 6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대상 국정감사는 '고영주 청문회'라 부를만했다. 고 이사장은 국감에서 공안검사 출신으로서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는 자부심과, 앞으로도 각계 각층에 침투해 있는 종북주의자들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야당에서는 "메카시의 부활"이라 칭했고 일베에서는 "영웅"으로 떠올랐다.
고 이사장은 국감에서 당한 비난과 핍박에도 도도했다. 한 언론인터뷰 발언을 참고하면, 그는 "좌파 세력의 비판은 명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논리도 명쾌하다. △공산주의 운동은 북한의 적화통일 3단계 가운데 하나다 △민중민주주의는 이름만 가장한 공산주의다 △그러므로 민중민주주의 운동을 한 자들은 공산주의자이고, 이들과 '이념적 평생동지'인 문재인·노무현은 공산주의자 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다. (하지만 문 대표나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이 '모두' 공산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실체를 잘 모르고 뽑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의 '3단 논법'을 거치면 공산주의자가 된다. 그에 따르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합진보당은 북한식 적화통일을 위해 대한민국 '의식화'에 뛰어든 이들이다. 고 이사장은 한총련과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논리'와 통진당 해산 '논리'를 자신이 최초로 만들어냈다고 했다.
국감에서 그는 현존하는 '종북주의자'들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한국사학자의 90%는 좌편향됐다"거나 "한국 사법부에 김일성 장학생이 침투해 '일부' 좌편향됐다" 등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런 주장도 고 이사장만의 독특한 '추론'에서 비롯됐다. 한국사학자 좌편향 근거로는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 22명 가운데 9명이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를 명시할 수 없다며 사표를 낸 사례를 들었다. 앞뒤 잘라 그들이 '좌편향'됐다고 하더라도 90%라는 수치의 근거는 아니었다. 고 이사장은 좌편향 된 판사를 한명만 지목해 보라는 질의에는 "구체적으로 알진 못한다"고 답해 '증거 없음'을 자인했다.
고 이사장이 '추론'을 확신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그만의 '경험'이 인용됐다.
그는 '부림사건' 당시 담당 검사로 피의자를 실제 대면해 조사했고, 피의자가 본인을 "의식화 시키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에 따르면 당시 피의자는 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인용해 유물론적 사관을 펼쳤다고 한다.
또 그는 2005년 검사 임용 3차 면접시험 위원으로 참여했을 당시, 면접자 10명 중 8명이 "한반도의 정통성은 북한에 있다"고 답했다고도 했다.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도 하나도 안 변하고 똑같은 답변이 나오기도 했지만 검찰에서 층층이 교육을 받으면 대부분 교정이 된다"는 경험도 전했다.
그가 '좌편향'을 걱정할수록 그의 '우편향'은 도드라졌다. 10점 척도의 사상적 스펙트럼 안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오른쪽으로 7점~8점을 부여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9점~10점은 폭력까지 불사하는 애국진영이라고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는 기회주의자 부류가 아니었다. 순수한 애국 소신으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추론과 확신 속에서, 과거 경험 속 공산주의자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수십년 투쟁에도 적진은 실체를 특정할 수 없는 세력까지로 오히려 확대됐다. 고 이사장의 고고한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싶다. 그가 말한 의식화 전략에 철저히 매몰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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