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입구로 들어서자 인공으로 조성된 '페닉스'(Fenix) 호수가 가장 먼저 눈에 띠었다. 예전 제철소 부지였던 이곳의 오염토를 파내고 만든 호수다.
눈대중으로만 해도 경기 일산 호수공원의 5배 이상은 돼 보였다. 간간히 흔적이 남아있는 녹슨 철기둥과 붉은 벽돌이 아니면 이곳이 철광 단지였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완벽히 변신해 있었다.
소위 '라인강의 기적'을 이끈 지역이다. 라인강 주변 엠셔강, 모젤강 등의 지류를 이용한 물류 운송을 통해 독일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1980년대들어 철광·석탄산업이 급속히 몰락하면서 탄광과 제철소의 폐업이 속출했다. 이후 루르지역은 오염된 땅이 되면서 인구 유출과 함께 슬럼가가 형성됐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 시는 EU(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파괴된 환경을 복구하는 택지조성을 시작했다. 도시재생뿐 아니라 산업유산으로서 보존가치를 지닌 시설물과 폐광잔재를 구분해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결국 혁신적인 건축문화와 예술성이 가미된 루르지역은 2010년 해마다 EU에서 선정한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도르트문트에서 살고 있는 재독교포 노영곤 인터미사 대표는 "이곳은 자칫 폐허로 방치될 수 있었던 공장지대가 문화·예술공간으로 변화된 대표적 사례"라며 "도르트문트 시내와 가까워 땅값과 집값도 비싸며 살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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