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위 프랑스式 행복주택 '예술도시의 명소로…'

머니투데이 파리(프랑스)=송학주 기자·뉴스1 김정태 뉴스1 기자 2013.10.1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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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뉴스1 공동기획 '행복주택, 맞춤형 주거복지시대 연다']<1-3>[르포]프랑스 '세느 리브고쉬'

편집자주 박근혜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의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행복주택'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 사회활동이 왕성한 계층에게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임대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 서울 등 수도권 도심내 철도부지, 유휴 국·공유지 등 7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1만가구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류·가좌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연내 착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뉴스1은 행복주택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사업인지 여부와 현안을 심층 분석하고 근본적 대안을 찾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특히 맞춤형 주거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현지를 찾아 정부, 지자체, 기관,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심층 취재했다.

철도 위 프랑스式 행복주택 '예술도시의 명소로…'


 지난 9월30일 프랑스 파리 센강 인근의 오스테를리츠역. 파리 제13구역에 위치한 이 지역은 여느 도심재개발지구와 달라보이지 않았다. 다만 표고차에 따라 아래쪽에 여러 갈래의 철로와 철도기지창이 자리했고 위에는 도로와 건물들이 늘어선 것처럼 보였다.

 현장을 설명해주기 위해 나온 파리개발공사(SEMAPA) 도시설계 담당자 베노잇 에르넥씨는 철도부지와 도로, 일부 건물 차이는 철도 위에 인공대지(데크)를 조성해 건설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세느강 인근의 대표적인 재개발사업지구인 '세느 리브고쉬'의 변화 모습. 위 사진은 1989년, 아래 사진은 2002년 모습./사진=송학주 기자프랑스 파리 세느강 인근의 대표적인 재개발사업지구인 '세느 리브고쉬'의 변화 모습. 위 사진은 1989년, 아래 사진은 2002년 모습./사진=송학주 기자
 이 곳이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재개발사업지구인 '센리브고쉬'다. 철도부지와 공업단지 등 130㏊(헥타르) 규모의 대지와 함께 26㏊ 규모로 조성되는 인공대지 위에 각종 상업·업무시설, 공공·편의시설, 학교, 공원, 아파트 등이 들어서는 복합개발지구다.

 이 재개발사업은 파리시 57%, 프랑스 국영철도 20%, 파리시 주택공사 10%, 중앙정부 5%, 기타 8% 등의 지분참여로 만들어진 파리개발공사가 주도한다.



프랑스 대표적인 재개발사업지구인 '세느 리브고쉬' 인공지반(데크) 공사 중인 모습. 인공위반 위 복합건물이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프랑스 대표적인 재개발사업지구인 '세느 리브고쉬' 인공지반(데크) 공사 중인 모습. 인공위반 위 복합건물이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1990년 개발지구계획안 승인 후 착공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공사는 아직 진행중이다. 실제 현장에선 일부 인공대지 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베노잇 에르넥씨는 "최초 개발 구상 당시에는 철로 상부의 상당부분을 인공대지로 조성,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사업비문제로 축소됐다"며 "하지만 2001년 개발계획을 수정해 오피스빌딩을 줄이는 대신 학교와 R&D(연구·개발)센터를 더 유치하고 주거단지에는 사회주택 비중을 50%까지 높이는 등 공공개발로 강화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세느강 인근의 '세느 리브고쉬' 사회주택(임대주택). 화려한 외관이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프랑스 파리 세느강 인근의 '세느 리브고쉬' 사회주택(임대주택). 화려한 외관이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이 지역에 지어지는 5000여가구의 절반가량은 사회주택으로 구성된다. 통상 프랑스에선 법적으로 사회주택 비중을 일반주거단지의 20%로 정해놓았지만 파리 도심에는 사회주택을 공급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 사회주택 비중을 50%까지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게 베노잇 에르넥씨의 설명이다.


 예술의 도시답게 독특한 건물이 많고 거리가 세련된 모습이었다. 주택단지 옆으로 흐르는 센강과 어우러지는 여러 작은 공원은 이곳이 프랑스의 명소로 불리도록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들어섰지만 어느 곳이 사회주택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사회주택을 섞어놓아서다. 오히려 사회주택이라고 알려준 주택단지 외관이 더 화려할 정도였다. 단지 사이에는 조그만 공원과 놀이터가 있어 주변 환경이 우수했다.

프랑스 '세느 리브고쉬'에 들어설 철로 위 복합건물의 모형. 아래부터 지하철, 고속철도, 지하주차장, 복합건물./사진=송학주 기자프랑스 '세느 리브고쉬'에 들어설 철로 위 복합건물의 모형. 아래부터 지하철, 고속철도, 지하주차장, 복합건물./사진=송학주 기자
 베노잇 에르넥씨는 "같은 사회주택 입주자라 해도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 납부하도록 돼 있다"며 "이 지역 사회주택의 월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75% 정도로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경우 사회주택 50㎡가 월 600유로 (약 87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인근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도시계획을 수정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낙후돼 있던 철도부지가 지역개발로 주변에서 서로 살고 싶어하는 동네가 되다보니 임대료가 최근에 많이 올랐다"며 "2035~2040년까지 개발계획이 추진되는 중장기 재개발 프로젝트여서 5~6년마다 도시계획을 수정하는데 이때 주민들의 여론도 수렴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세느강 인근의 '세느 리브고쉬'의 사회주택. 단지 사이에 공원과 조경수가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프랑스 파리 세느강 인근의 '세느 리브고쉬'의 사회주택. 단지 사이에 공원과 조경수가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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