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개발사업 대상지가 국·공유지라도 관련 주체들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합니다. 특히 인근 지역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투명한 공개절차를 밟습니다. 사회주택 건설이 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이란 점을 강조해 설득해 나가고 있습니다."(프랑스 릴광역시청 홍보책임자 클레어 카바렛트씨)
독일 베를린의 사회주택(임대주택) 비율. 짙은 파란색이 15% 이상, 파란색 10~15%, 하늘색 5~10%, 흰색 5% 이하 지역. 통일 전 서독 지역에 사회주택 비율이 높다./자료제공=베를린시청
◇서유럽 사회주택의 개념은
한국의 공공임대주택과는 다른 개념이다. 근본적인 차이는 중앙·지방정부의 재정 지원 또는 공기업, 사회적기업(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맞춤형 주거복지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주거보조금(주택바우처)이 제공되는 주택을 '사회주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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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국가의 사회주택은 같은 블록이나 동일한 일반주택, 아파트 내에 함께 섞여 있다. 저소득층이라도 일반주택 안에 마련된 사회주택에서 값싼 임대료를 내면서 입주할 수 있는 주거환경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도입하려는 일종의 주택바우처제도가 사회주택인 셈이다.
주로 취약계층을 위해 별도 단지에 조성, 시중보다 값싼 임대료를 내도록 하는 한국의 공공임대주택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공급되는 전세매입 임대주택과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가 이같은 사회주택 개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재정 지원으로 맞춤형 주거복지 프로그램 제공
사회주택의 공급 재원은 다양하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뿐 아니라 주택기금, 사회주택 공급등록기관(Housing Associations), 조합 등의 재정 등을 통해 맞춤형 주거지원이 제공된다.
이들 기관은 자체 펀드를 운용해 사회주택 건설자금을 마련한다.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주체도 다양하다.
독일의 경우 전체 4000만가구 중 절반이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 주택전문 공공기관 '대게보'와 '게보박' 등이 사회주택 250만가구를 운영·관리하는 것을 비롯해 조합운영(200만가구), 민간임대주택회사(500만가구), 종교, 노동단체(30만가구) 등이 있다. 여기에 개인주택 1000만가구가 1채당 5~10개의 방을 1~2인가구에 임대하는 다가구 사회주택으로 구성돼 있다.
독일 베를린의 사회주택(임대주택)과 일반주택 월 임대료 변화. 빨간색이 사회주택 1㎡당 월 임대료. 하늘색이 일반주택 1㎡당 월 임대료./자료제공=베를린시청
서유럽의 사회주택은 국가별, 지방정부별로 차이가 있다. 독일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지은 다세대주택의 경우 본인 거주 외에 일부 주거공간을 값싼 임대료를 받도록 하는 사회주택으로 임대되다 사회주택기금을 상환하면 일반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
1995년부터 '자가소유주택보조금제도'가 법적으로 신설된 이후 사회주택의 일반주택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선 사회주택이 영구 임대주택이어서 일반주택 전환이 불가능하지만 프랑스 4대도시인 릴광역시에선 사회주택을 일반주택으로 매각할 수 있다.
나아가 사회주택을 매입한 소유자가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환매할 수 있는 점이 독일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프랑스 릴광역시청 홍보책임자 클레어 카바렛트씨가 '세느 리브고쉬' 개발 사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송학주 기자
사회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은 별도 기준에 따라 정해지지만 세대, 연령, 계층, 가구형태는 분리하지 않는 것이 서유럽국가 사회주택의 특징이다. 따라서 어느 한 세대나 계층이 몰려있는 쏠림현상이 없어 인근 주민의 반대나 슬럼화는 발생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법적으로 지구개발사업으로 해당 지역에서 주택단지를 건설할 경우 총량의 20%를 사회주택으로 공급하도록 규정하지만 파리의 '센리브고쉬' 재개발사업지구는 사회주택 공급 상한선을 50%까지 높였다.
도심에 가능한 주택을 많이 공급해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간소득계층까지 사회주택 입주에 포함시켜 도심이 활성화되도록 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시청 도시계획과 프리텔름 니츠씨가 베를린 '사회주택'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