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와의 전쟁 : 피날레 or 변곡점?

머니투데이 오현석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 2013.10.14 07:00

[머니디렉터]

↑오현석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민간과 정부, 가계와 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로 부채 상환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기업 부도 위험의 증가와 정부 예산 확대, 적자 국채 발행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 폐쇄는 결국 부채 한도 협상과 연계된 정치권의 전술 충돌의 산물일 뿐 정책의 적용 범위, 정부의 개입 수준에 대한 해묵은 갈등이 반영된 부채 한도 협상이 4분기 금융 시장의 흐름의 관건이 될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요란스러운 우려와 달리 아직까지 미국 정부 폐쇄에 따른 업무 정지 범위는 전체 정부 업무의 일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금융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는 실제적인 충격이 아직까지는 미미하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단기 채권 금리 및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상의 변화가 다소 확연한 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단기자본 수요와 부도 가능성을 반영하는 티빌(T-bill) 금리와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며 상환 불능의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부채 한도 협상이 지연되거나 성사되지 않을 경우의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부채 한도가 상향 조정되며 타결되더라도 Fitch의 경우 등급을 낮출 계획을 가지고 있고, 국채 상환 불능이라는 신용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피치와 S&P는 제한적·선택적 디폴트를 선언하고 3사 모두 등급 강등을 실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디폴트라는 사태를 상정하면서까지 부채 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오바마케어 정책의 지출 규모, 정책의 혜택·과세 대상의 차이라는 정치적 이해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는 단순히 법안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야 하는 예산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정책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올해 의료부문 예산 규모는 GDP의 9.5% 수준이지만 10년 뒤인 2023년에는 13% 수준까지 증가한다. 같은 기간 의료 부문을 제외한 사회 보장성 지출은 GDP의 10% 수준에서 7.5%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이후로도 사회 보장성 지출이 7% 수준에 수렴하는 반면 의료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퀘스터 발효 이후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 제약을 고려하면 오바마케어의 상대적 비중이 높아지는 점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 지출 비용 구조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장기간 정부 예산 구조와 규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과 반대의 정치철학을 갖고 있는 공화당이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공화당내 소수 정파의 주장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복잡한 이슈일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이 여론을 의식하며 공화당의 전략을 단순한 정쟁으로 격하시키는 정치공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무시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미국 여론 역시 어느 일방을 지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로이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5%는 정부 폐쇄가 다소간 중요한 문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44%는 이 국면에 대한 책임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공화당 모두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 민주당, 공화당에게는 14%, 5%, 25% 정도의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합한 수치가 19% 수준이라는 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한 비난 여론은 큰 격차를 보이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오바마케어에 대한 찬반 비율은 각각 34%로써 호각세지만 주목할 부분은 적극적인 반대가 적극적인 찬성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적극적인 반대 여론이 강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공화당내 특정정파의 고립된 정치적 견해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즉 여론조사 수치만 놓고 보면 공화당의 최근 정책 스탠스는 충분히 정치적 명분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간 내내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 예산 확대 및 부채 급증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의 정책적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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