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자금의 로테이션(The Rotation)과 한국증시

머니투데이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3.10.11 07:32
글자크기

[머니디렉터]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금융위기 이후 돈의 흐름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필자는 대략 네 개 국면으로 나눠 보고 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현금이 왕(Cash is king)'이던 시절이 있었다.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자산을 닥치는대로 매각하던 시기로 대략 2009년 3월까지 지속됐다. 특히 고위험자산인 주식이 입은 타격이 심했다.

이는 2009년 3월 QE(Quantitative Easing)로 명명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의 자산매입이 개시되면서 '일드 사냥(Hunt for yield)'의 시대로 바뀌었다. 중앙은행에 의한 유동성 공급이 폭발적으로 이뤄졌지만 돈은 실물로 가지 않고 이자(yield)만 좇아 내달리던 시절이다. 제로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했다.



2012년 하반기에는 주요 선진국 정책가들의 센세이셔널한 발언이 쏟아졌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총재는 '무엇이든 하겠다(whatever it takes)'는 발언으로 유럽의 하방위험을 무마시켰고, 당시 아베 자민당 총재는 윤전기를 언급하며 돈을 마구 찍어 내서라도 일본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집념을 피력했다.

정책가들이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자국시장에 모멘텀을 제공해 주니 돈이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돈의 흐름이 드디어 주식을 향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은 파티에 초대되지 못했다. 약속할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디커플링(De-coupling)'의 시대로 올 초반까지 지속됐다.



이 시절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졌다. 이미 국채의 일드(yield)는 사냥하기에 너무 낮았고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금은 고수익 고위험 채권으로 달려들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지는 위험이 너무 높아지자 연준은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제는 테이퍼링(Tapering)이라는 단어로 친숙해진 자산매입의 점진적인 축소와 종료에 대한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연준의 테이퍼링 카드가 나온 이후 채권에서 돈이 빠져 나가고 주식으로 자금이 들어가는 전환(The Rotation)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채권펀드에서는 약 1690억달러의 순유출이, 주식펀드로는 약 590억달러의 순유입이 기록되고 있다.

일드 사냥에서 디커플링의 국면까지 약 1조3820억달러의 글로벌 자금이 채권형 펀드로 몰려들었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이는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러한 로테이션의 흐름은 한국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거래소 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10조원을 넘어서는데 이 역시 큰 틀에서는 로테이션 환경에서 이뤄진 결과물이다. 테이퍼링의 근거가 되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 이를 통해 전개되는 로테이션의 흐름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매력적이다. 가장 싸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다.

그러므로 한국을 투자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적해야 하는 이슈는 단연 테이퍼링의 개시 여부다. 경기 회복 추세가 단단하고 자금 전환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담보하는 재료 중 이만한 것은 없다.

재정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미국의 정쟁(政爭)조차 이번 이슈가 연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에 초점을 두고 관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단 최근 공개된 FOMC 의사록 내용은 연내 테이퍼링 개시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우리는 한국증시에 유리한 테이퍼링과 로테이션의 환경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중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증시 대비 강세가 지속될 것이며 코스피 또한 2100포인트대 정도로는 올라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로서는 주식을 계속 들고 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