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충돌 9초전까지 속도 비정상 몰라"..논리적 모순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 2013.07.12 17:21

[아시아나 美 사고]500피트(충돌 34초전) 고도에서 '하강속도' 우려 언급

"500피트 시점 이전에 조종사들 중 한 명이 (고도가 낮아지는) 하강 속도(sink rate)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고도 500피트부터 고도 100피트(30m) 전까지 조종실에 앉아 있던 조종사 3명 중 아무도 비행 속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사고를 조사 중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이 11일(현지시간) 마지막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조종실 내 음성기록장치(CVR)를 해독한 내용이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허스먼 위원장의 발표 내용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스먼 위원장 발표에 따르면 조종사들이 500피트 시점 이전 하강 속도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항공기 조종사들과 국토부에 따르면 하강 속도는 비행속도와 반비례 한다. 속도가 어느 정도 충족돼야 중력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하강 속도에 대한 우려 의견은 곧 비행속도에 대한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허스먼 의장은 500피트에서부터 100피트까지 아무도 비행 속도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도 100피트는 충돌 9초 전이다.

허스먼 위원장에 따르면 조종사들이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대화한 시점은 충돌 9초 전이었다. 하강 속도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500피트 시점은 충돌 34초전. 허스먼 의장이 말한 9초 전과는 25초 간극이 있다.

정황을 종합해보면 충돌 34초 전 하강 속도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9초 전에는 속도를 높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나온다. 국내 한 B777기 기장은 "이강국 기장이 25초 사이 속도와 고도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금까지 판독한 블랙박스 자료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 계기판(플라이트 디렉터)상의 자동비행 기능과 오토스로틀(auto throttle) 기능에서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조종사들이 충돌 9초 전에야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았다는 걸 눈치 챘고 논란의 중심인 자동속도 유지장치인 오토스로틀은 정상이었다는 게 허스먼 위원장 발표의 요지다.

허스먼 위원장은 충돌 3초 전과 1.5초 전 조종사들이 두 번에 걸쳐 '복항(go around)'을 외쳤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기 전까지 오토스로틀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문길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국장은 "(오토스로틀에 관한) 허스먼 의장의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스먼 의장의 브리핑은 이날로 모두 종료됐다. 그는 마지막 브리핑에서 1년 안에 조사를 마치겠다는 약속을 이례적으로 내걸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는 기본적으로 조사 종료시점으로 1년을 잡고 있긴 하다. 그러나 항공기 사고조사가 1년에 끝난 경우는 거의 없다. 1997년 225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는 2년6개월, 1999년 대한항공 스탠스테드 사고 때는 3년7개월이 걸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2. 2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