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를 타고 동쪽으로 50분 정도 가면 닿는 박닌성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베트남법인(SEV·Samsung Electronics Vietnam) 1공장. 이곳 정문 앞에선 이런 광경이 매일같이 펼쳐진다.
오토바이를 타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 온 청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후 구직에 나선 지원자까지 저마다 사연은 달랐지만 이들은 목적은 모두 똑같다. 바로 "삼성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
부반 퀴엔(18)군은 올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SEV 1공장 생산직에 지원했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추천 받아 취직을 결심했다.
부반 퀴엔군은 "삼성전자는 다른 직장에 비해 월급과 복지제도가 훌륭하다"며 "베트남 사람들은 누구나 SEV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줍어하면서도 "만약 기회가 된다면 삼성에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SEV 1공장이 베트남인들의 취업 희망 0순위 기업으로 떠오른 것은 2008년 법인 설립 후 5년 만에 만든 성과다. 이곳에선 3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연간 1억20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한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다.
최근에는 한국의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 SEV를 방문해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일도 잦다. 이들은 한국에 공장을 만들어야 고용효과가 커지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답은 한결같다. "한국에선 인력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 "한국에선 고등학교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겠다는 지원자가 굉장히 적어 연간 몇 백 명 채용하기도 힘든 수준"(심 전무)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현재 SEV에선 매주 1200명의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실제로 법인 설립 이후 인력 추이를 보면 2009년 2452명에서 2010년 8139명으로 3.3배 이상 증가했다. 이직률이 높은 생산 공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충원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부터는 연간 1만명 이상 인력이 급증하고 있다. 2011년에는 1만8000명, 지난해는 2만9480명을 기록했다. 올 연말에는 4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진출한 뒤 얻은 연간 제조 절감비용은 6억8000만 달러(약 790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휴대폰 1대를 만들 때 드는 인건비가 5달러(약 5800원)라면 베트남에선 0.8달러(약 930원)에 해결할 수 있다. 인건비와 다른 원가를 포함한 베트남의 휴대폰 제조가공비는 한국의 29% 정도다.
베트남 정부의 면세 혜택 역시 SEV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베트남 정부는 삼성전자에 공장설립 후 4년 동안 법인세를 100% 면제하고 12년간은 법인세율 5%, 그 이후엔 10%를 적용해줬다.
심 전무는 "시장 수요가 늘어 생산능력 확대가 중요한 마당에 한국에서 제조업의 미래를 꿈꾸기는 힘들다"며 "기업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생산기지가 해외로 왔다고 국내 산업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심 전무는 "생산 증대에 따라 개발해야 할 제품이 늘어나면 이를 연구해야 하는 국내 고급인력의 일자리는 늘어난다"며 "제조업만 붙잡으려 할 게 아니라 생각을 바꿔 국내는 R&D(연구·개발), 해외에선 생산으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R&D는 한국이 하고 생산은 원가가 낮은 국가에서 하는 것이 서로 윈윈이라는 것. 하지만 한국에서 생산원가를 낮춰 생산까지 한다면 국내 일자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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