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샤 발츠가 해석한 21세기적 혁신 '봄의 제전'

머니투데이 글·사진=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2013.06.16 09:40

[클래식 포토에세이] 게르기예프가 선택한 '봄의 제전' 초연 100주년 무대

편집자주 |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 <봄의 제전> 포스터가 붙어있는 샹젤리제 극장 입구. ⓒ사진=송원진


2013년은 러시아 출신 미국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3대 발레곡인 <불새>,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중 제일 시끄럽고 말 많고 탈 많았던 초연의 고통을 간직한 <봄의 제전>의 초연 100주년이다.

그래서 초연이 있었던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Theatre des Champs Elysees)은 100년 전 초연 날짜인 5월 29일부터 다양한 종류의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을 준비했다.

↑ <봄의 제전 100주년 기념 음악회 브로셔> 1913년 5월 29일 / 2013년 5월 29일 이라고 써있다. ⓒ사진=송원진
↑ 콘서트 티켓과 미니북 안에 있던 100년 전 <봄의 제전> 포스터. ⓒ사진=송원진

첫번째로 5월29일부터 5월 31일까지 3일동안 2007년부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 상임지휘자이자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러시아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와 그가 35세부터 수장으로 있는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Mariinsky Theater) 발레단과 오케스트라가 100년 전 초연 때 보여주었던 무대를 똑같이 재현했다.

하지만 발레곡 <봄의 제전>은 2막 형식으로 약 4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르기예프는 100년전의 리바이벌 외에 또 다른 무대를 하나 더 준비했다.

100년 후 21세기 무용단이 그려내는 <봄의 제전>, 21세기의 혁신적인 무대는 어떤 것인지 1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한 무대에서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게르예프가 선택한 것은 ‘자샤 발츠와 친구들’이었다. 베를린 샤우뷔네(Schaubuhne)극단에서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자샤 발츠(Sasha Waltz)는 현재 매우 활발한 공연 활동을 하고 있는 독일 자유그룹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스타중 하나이다.

‘자샤 발츠와 친구들’은 2004년 <육체>라는 작품으로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한 적도 있다.

↑공연 후 커튼콜. 가운데 게르기에프와 핑크색 옷을 입은 자샤 왈츠, 그리고 친구들. ⓒ사진=송원진
↑ 극장을 꽉 채운 관객들. 100년 전 이 관객들이 전부 야유를 보냈다고 생각하면 무용단과 오케스트라에겐 참으로 충격이었을 것이다. ⓒ사진=송원진

‘자샤 발츠와 친구들’의 <봄의 제전>은 큰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여러 무용단이 <봄의 제전>을 각자의 개성으로 해석했지만 ‘자샤 발츠와 친구들’의 <봄의 제전>은 정말 ‘현대’적이었다. 육체로만 모든 걸 표현하고 무용이 때로는 말보다 훨씬 강력하고 인상적이다.

2013년의 <봄이 제전>은 같은 음악을 가지고 어떻게 저렇게 완벽하게 다른 모습의 안무가 나올 수 있을지 감탄하게 만들었다.

사실 발레 공연은 자주 보았지만 현대 무용은 별로 접할 기회가 없어서 자샤 발츠의 무대는 ‘신선함’과 ‘충격’ 이라는 단어를 내게 다가왔다.


자샤 발츠의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10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것으로 니진스키의 안무와 정면승부를 해야 된다는 어려운 숙제를 가지고 있었다.

↑ <봄의 제전>공연이 끝난후 열심히 인터뷰 중인 기자와 관객. ⓒ사진=송원진

샹젤리제 극장에서의 공연은 그녀에게 100년 전 니진스키의 안무가 올라간 무대라는 뜻 깊은 의미가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보니 프랑스 예술 채널에서도 많은 기자들이 나와 곳곳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이 공연은 100년의 센세이션을 다시 한 번 맛보게 할 수 있었던 그 어떤 공연보다도 값진 공연이었을 것이다.

↑ 그 유명한(?) 몽테뉴 거리의 샤넬 매장. 이 앞엔 역시 비싼 차들이 줄줄이 주차되어 있었다. ⓒ사진=송원진

낮 공연을 보고 천천히 항상 극장으로 오던 길이 아닌 반대편, 샹젤리제 거리 쪽으로 가는 길을 걸어 보았다. 파리 관광객들이 몰리는 그 거리... 아르마니, LVMH, 루이비통, 펜디, 샤넬 등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그 거리다.

100년의 시간 차를 둔 두 무대를 한번에 보았더니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이럴 땐 천천히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진한 에스프레소가 생각났다.


☞ 6월 나눔콘서트 : '죽음의 무도'와 '스페인 랩소디'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오늘 (6월16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5천원의 클래식 콘서트>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6월 공연은 16일 일요일 오후 1시입니다. 인터넷 예매와 현장예매 둘다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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