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러시아 출신 미국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3대 발레곡인 <불새>, <페트루슈카>, <봄의 제전>중 제일 시끄럽고 말 많고 탈 많았던 초연의 고통을 간직한 <봄의 제전>의 초연 100주년이다.
그래서 초연이 있었던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Theatre des Champs Elysees)은 100년 전 초연 날짜인 5월 29일부터 다양한 종류의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을 준비했다.
첫번째로 5월29일부터 5월 31일까지 3일동안 2007년부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 상임지휘자이자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러시아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와 그가 35세부터 수장으로 있는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Mariinsky Theater) 발레단과 오케스트라가 100년 전 초연 때 보여주었던 무대를 똑같이 재현했다.
하지만 발레곡 <봄의 제전>은 2막 형식으로 약 4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르기예프는 100년전의 리바이벌 외에 또 다른 무대를 하나 더 준비했다.
100년 후 21세기 무용단이 그려내는 <봄의 제전>, 21세기의 혁신적인 무대는 어떤 것인지 1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한 무대에서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게르예프가 선택한 것은 ‘자샤 발츠와 친구들’이었다. 베를린 샤우뷔네(Schaubuhne)극단에서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자샤 발츠(Sasha Waltz)는 현재 매우 활발한 공연 활동을 하고 있는 독일 자유그룹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스타중 하나이다.
‘자샤 발츠와 친구들’은 2004년 <육체>라는 작품으로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한 적도 있다.
‘자샤 발츠와 친구들’의 <봄의 제전>은 큰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여러 무용단이 <봄의 제전>을 각자의 개성으로 해석했지만 ‘자샤 발츠와 친구들’의 <봄의 제전>은 정말 ‘현대’적이었다. 육체로만 모든 걸 표현하고 무용이 때로는 말보다 훨씬 강력하고 인상적이다.
2013년의 <봄이 제전>은 같은 음악을 가지고 어떻게 저렇게 완벽하게 다른 모습의 안무가 나올 수 있을지 감탄하게 만들었다.
사실 발레 공연은 자주 보았지만 현대 무용은 별로 접할 기회가 없어서 자샤 발츠의 무대는 ‘신선함’과 ‘충격’ 이라는 단어를 내게 다가왔다.
자샤 발츠의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10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것으로 니진스키의 안무와 정면승부를 해야 된다는 어려운 숙제를 가지고 있었다.
샹젤리제 극장에서의 공연은 그녀에게 100년 전 니진스키의 안무가 올라간 무대라는 뜻 깊은 의미가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보니 프랑스 예술 채널에서도 많은 기자들이 나와 곳곳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이 공연은 100년의 센세이션을 다시 한 번 맛보게 할 수 있었던 그 어떤 공연보다도 값진 공연이었을 것이다.
낮 공연을 보고 천천히 항상 극장으로 오던 길이 아닌 반대편, 샹젤리제 거리 쪽으로 가는 길을 걸어 보았다. 파리 관광객들이 몰리는 그 거리... 아르마니, LVMH, 루이비통, 펜디, 샤넬 등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그 거리다.
100년의 시간 차를 둔 두 무대를 한번에 보았더니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이럴 땐 천천히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진한 에스프레소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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