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로마, 판테온과 트레비 분수

머니투데이 글· 사진=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2013.05.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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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

편집자주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갑자기 비가 주룩주룩 온다. 여름에 햇빛이 아름다웠던 그런 이탈리아가 아니다. 비가 오는 바람에 더 춥게 느껴지고 우중충해진 것이 모스크바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빗속을 걸으며 보는 로마도 색다른 맛이 있다.

↑ 로마에 있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엄청나게 큰 규모로 오히려 위화감(?)을 준다.  ⓒ사진=송원진↑ 로마에 있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엄청나게 큰 규모로 오히려 위화감(?)을 준다. ⓒ사진=송원진


로마의 콜로세오 근처에는 베네치아 광장이 있다. 그 곳엔 엄청나게 큰 흰색 대리석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주위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색깔과 규모 때문에 ‘케이크 덩어리’, ‘타자기’라는 비난을 받았었다고 한다. 실제로 보니 진정 그런 비난(?)을 받을 정도로 위화감이 큰, 말도 안 되게 큰 건물이었다.



이런 모욕을 받은 건물이지만 이 건물은 1400년 만에 이탈리아를 통일(1870)을 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재위 1861-1878년, 이탈리아 통일을 달성)를 기리기 위한 기념관(Monumento a Vittorio Emanuele II)이다.

아마도 이탈리아 역사에 있어 가장 기념하고 싶은 리더였기 때문에 이렇게 큰 건물을 지었던 것 같다.



↑ 2000년전에 지어진 ‘만신전  판테온 내부 ⓒ사진=송원진↑ 2000년전에 지어진 ‘만신전 판테온 내부 ⓒ사진=송원진
↑ 판테온 지붕 천장에 있는 지름 9m의 오쿨루스(Oculus) ⓒ사진=송원진↑ 판테온 지붕 천장에 있는 지름 9m의 오쿨루스(Oculus) ⓒ사진=송원진
↑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하나 가득 판테온 내부에 있었다. ⓒ사진=송원진↑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하나 가득 판테온 내부에 있었다. ⓒ사진=송원진
로마에는 어느 자리에서든 보이는 동그란 지붕(?)이 하나 있다. 바로 판테온(Pantheon)이다. 판테온은 ‘모든 신을 위한 신전’, ‘만신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기원전 27년 아그리파가 지은 전통적인 직사각형 건물이었는데 118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20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인데 제일 대단한 것은 판테온의 지붕이다. 지름 43.3m로 19세기까지 가장 폭이 넓은 지붕이었는데 이 지붕의 천장에 있는 유일한 구멍은 지름 9m의 오쿨루스(Oculus)이다.

이 오쿨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 달빛이 판테온 벽면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고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르네상스 거장들조차도 ‘천사의 디자인’이라고 극찬을 했다고 했다.


또 여기는 라파엘로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등 이탈리아 명사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너무나 큰 건물인데다 비가 많이 와서 외관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너무 아쉽다.

↑판테오 내부에 있는 오르간. 이렇게 작은 오르간이 있다니! 너무 귀엽고 반가웠다. ⓒ사진=송원진↑판테오 내부에 있는 오르간. 이렇게 작은 오르간이 있다니! 너무 귀엽고 반가웠다. ⓒ사진=송원진
로마에서 제일 실망한 건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다. 열심히 표지판을 쫓아 따라갔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처음엔 트레비 분수를 지나쳐 버렸다. 못 찾아서 헤매다 다시 온 길을 뒤돌아 가보니 한곳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 있었다.

아, 여긴가 보구나!!

그랬다. 빗소리 같은 물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사막에 다같이 서서 한 쪽을 바라보는 미어캣들처럼 한 곳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건물의 벽 쪽에 붙어 있을 것 이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분수는 주로 광장이나 정원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것이어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트레비 분수도 머리속에 있는 그런 분수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니콜로 살비가 바로크 양식의 특징인 화려하고 역동적인 조각들로 설계한 트레비 분수는 1762년에 완성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분수를 등지고 서서 동전을 던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트레비 분수를 등지고 서서 오른손에 동전을 잡고 왼쪽 어깨를 스치며 동전을 던지면 첫번째 동전은 로마로 다시 돌아오고, 두번째 동전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며, 세번째 동전은 지금의 연인과 이별한다는 설이 있다.

근데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세번째 동전은 운명의 상대와 결혼하게 된다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 진실인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날 난 몇 개를 던졌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한개? 두개? 아니 안 던졌었나? 그래서 지금까지 다시 로마엔 못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분수에 던진 동전들은 교황청 산하의 국제 카톨릭 기구인 ‘카리타스(Caritas)’에서 환자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다. 벽에 붙어있어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않았다. 모든 관광객들이 자신의 소원을 담아 동전을 던지고 있다. ⓒ사진=송원진↑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다. 벽에 붙어있어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않았다. 모든 관광객들이 자신의 소원을 담아 동전을 던지고 있다. ⓒ사진=송원진
↑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려왔던 스페인광장이다. 137개의 계단으로 되어있다. ⓒ사진=송원진↑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려왔던 스페인광장이다. 137개의 계단으로 되어있다. ⓒ사진=송원진
트레비 분수 근처에는 오드리 헵번이 <로마의 휴일>에서 젤라또(아이스크림)을 먹던 곳이 있다. 바로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이다. 바티칸 주재 스페인 대사관이 있어 스페인 광장이라고 불리는데 137개의 계단이 3개의 테라스로 구분되어 있으며 지금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영화에서처럼 이곳에서 젤라또를 먹을 수는 없다.

많은 도시를 다녔지만 이렇게 비가 하루 종일 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항상 밝고 화창한 날이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로마의 비 오는 날은 왠지 신비한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언젠가 쨍쨍한 햇살 아래서 젤라또를 먹으며 나른하게 로마를 배회하고 싶다. 그날 내가 트레비 분수에 던진 동전이 한 개였길 바라며...

☞ 모짜르트, 크라이슬러, 슈만, 슈베르트... 5월, 사랑을 노래하다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콘서트 내일 (19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5천원의 클래식 콘서트>
비오는 로마, 판테온과 트레비 분수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5월 공연은 19일 일요일입니다. 예매는 인터넷으로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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