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도 머니게임시대…"돈없인 공사 못딴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2.08.16 06:05

[한국건설의 미래를 묻는다 <2-1>]日·中등 경쟁국보다 금융지원 태부족




[글싣는 순서]
⑴해외시장으로 등떠밀리는 건설사들
⑵해외시장 '정부·新동력' 있어야 롱런
⑶국내시장 '건설투자 축소'에 직격탄
⑷경제성장 못 따라가는 'SOC인프라'
⑸'레드오션' 공공시장에 몰락한 건설사
⑹'천덕꾸러기 된 주택사업 새 기회 없나
⑺건설산업 살리는 '구조조정'이 답이다
⑻'부실 늪' 부동산PF 대안을 찾아라



- 단순도급대신 공사비조달 '금융동반형' 발주 변화
- 국내 공적원조 日의 절반 수준…中도 갈수록 강화
- 금융기관 PF조달, 중소·중견업체 보증도 확대해야


↑삼성물산이 시공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팜제벨알리 교량 현장. ⓒ두바이=이기범 기자

 #현대건설은 지난 6월 현대엔지니어링, 중국 위슨엔지니어링 등과 공동으로 29억9500만달러 규모의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라크루스 정유공장 확장 및 설비개선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 지분은 13억4800만달러이고 나머지 업체들의 지분은 각각 7억1900만달러, 9억2800만달러다. 현대건설이 후발주자이자 미래 경쟁상대인 중국건설사를 컨소시엄에 포함시킨 이유는 중국금융기관으로부터 파이낸싱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시장이 머니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외건설공사 발주가 '단순도급'(발주처 자체자금으로 공사를 발주하고 건설사가 시공만 맡는 방식)에서 '금융동반형'(공사비를 시공사가 조달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자금이 있어야만 공사를 수주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해외건설시장이 머니게임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국내기업들은 해외건설 금융지원이 일본이나 중국 등 경쟁국보다 부족해 해외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기업들이 자체자금이 없기 때문에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국내금융기관 등의 금융지원과 정부의 공적원조가 필요함에도 절대규모가 부족하다보니 모든 업체들이 혜택을 보기 어렵다. 현대건설이 중국자금으로 수주에 성공한 것도 이 같은 국내 해외건설 금융지원의 어려움을 대변한다.

ⓒ그래픽=강기영.

 물론 수출입은행이 100억달러를 기업금융방식으로 대출해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은 '동일인 여신한도'(수출입은행은 동일인에게 자기자본의 40% 이상, 동일 차주에게 50% 이상 여신을 지원할 수 없다) 예외를 인정할 정도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중대 프로젝트라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문가들은 머니게임이 된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건설사들이 롱런하기 위해선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수주가 확실한 곳에 공적원조를 늘려야 일본·중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중국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회원국임을 내세워 자원부국인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 저렴한 금리로 공적원조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은행(JBIC)과 일본국제협력단(JICA) 등을 통해 막대한 공적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2009년 일본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6969억엔(10조원) 규모의 공사 가운데 엔차관과 무상원조 등 공적원조를 통한 수주가 1374억엔(약 1조9754억원)으로 전체의 20%에 달한다. 나머지는 △현지정부 발주 1838억엔(2조6367억원) △현지기업 발주 2185억엔(3조1413억원) △건설사 투자 1562억엔(2조2456억원) 등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중 해외건설 지원실적은 △2009년 22건 1조1364억원 △2010년 21건 1조1943억원 △2011년 24건 1조1725억원 △2012년 7월 4건 3408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금융기관들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필요한 도로, 철도, 수자원, 발전소 등의 SOC(사회간접자본)인프라 민자개발형 프로젝트와 플랜트 공사의 에쿼티(Equity) 투자도 늘려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해외 플랜트 수주액 650억달러 중 국내 PF조달 규모는 30억달러대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본은 대규모 공적원조나 JBIC 자금으로 일본건설사에 공사를 발주하고 발전기 등 기자재도 일본기업 제품을 쓰도록 유도한다"며 "민자개발형 프로젝트는 국내금융기관의 경험도 부족하고 금융시장 환경도 어려워 장기투자에 나서는 금융기관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중남미에서 정유플랜트에 에쿼티를 투자하고 시공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많다"며 "국내건설사들이 플랜트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건설사들의 해외진출 때 에쿼티를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건설 보증도 중소·중견건설업체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중소·중견건설사들은 해외건설 보증발급 때 보증발급기관이 요구하는 담보능력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보증발급 때 해당기업의 신용보다는 프로젝트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건설 보증은 현재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서울보증보험 등에서 발급하고 있지만 다양한 상품이 없다보니 중소·중견기업에는 어려움이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공제조합과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 새롭게 해외건설 보증 개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보증발급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병철 수출입은행 해외건설금융실장은 "그동안 국내건설사들이 필요한 전체 해외공사 보증규모의 60%를 담당해왔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건설시장의 머니게임에서 지지 않으려면 공적원조 지원을 늘리고 기업 진출 때 혼합금융을 공급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건설사들도 양질의 개발사업을 발굴해 사업화하는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의 해외건설 지원실적(대출+보증)은 △2009년 335건 8조1527억원 △2010년 395건 9조7137억원 △2011년 404건 12조4950억원 △2012년 7월 224건 10조1903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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