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업체 레노보,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당당, 전염병 사스(SARS)의 백신을 최초로 개발한 시노박 등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도 처음 이곳에서 출발했다. 중국 기업가정신의 메카인 셈이다. 벤처기업이 몰리고 인재와 기술이 쏠리다 보니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이곳으로 집중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팩커드,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의 연구개발(R&D)센터가 모두 중관촌에 몰려있다.
중관춘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위안항(Yuan Hang) 그레이트사이트에듀앤테크(Great Sight Edu & Tec)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두, 알리바바, 레노보 등을 길러낸 중국 기업가정신의 원천을 크게 4가지로 설명했다. 첫번째는 '자유를 향한 욕망'이다. 위안 대표는 "중국은 사상을 비롯한 갖가지 통제가 심하다"며 "그런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일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 창업"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성공을 향한 욕망'이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 부(富)를 이루려는 열망이다. 위안 대표는 "중국의 대도시에서 고급 아파트에 살고 외제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성공하려면 직접 사업을 하거나 공무원이 돼야 한다"며 "요즘에는 중국에도 안정보다 도전을 선호해 창업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체면'이다. 그는 "만약 사업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면 이는 실패를 한 것이고, 체면이 상하게 된다"며 "체면을 지키려면 어떻게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회적 체면이 집념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마지막은 '부모의 후원'이다. 중국은 산아제한정책으로 상당수 가정이 아이를 단 한 명만 두고 있다. 따라서 그 자녀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모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와준다는 것이다.
중관춘에서 차로 약 15분 떨어진 하이디안구 상디 거리에 바이두의 본사인 '바이두 캠퍼스'가 자리잡고 있다. 바이두가 중관춘에서 2009년 이전한 곳이다. 4개의 거대한 최신 건물들이 네모 모양으로 이어져 있고, 그 중간에 작은 인공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그 시냇물의 끝에 직원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안내를 맡은 바이두의 직원 판팅팅(Fan Tingting)씨는 바이두 창업자인 리옌홍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도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다.
바이두 본사에는 모든 공간이 서로 열려있었다. 홀의 중앙을 1층부터 천정까지 뚫어놔 4층 난간에 서면 1층부터 4층까지 사람들이 어디에 앉아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사무실과 휴게실도 차이가 없었다. 개방형 테이블로 된 대학 도서관 같은 느낌의 휴게실 곳곳에서 직원들이 노트북과 서류를 끼고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판씨는 "최근 2년간 직원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사무실의 자리가 부족해졌다"며 "휴게실을 비롯해 회사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 앉아 일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두 본사에서는 직원들에게 단 한가지의 수칙만 지키도록 요구한다. 동물을 데려오지 말 것. 그 외에는 어떤 것도 허용된다. 회사에서 놀든, 자든, 밥을 먹든, 공부를 하든 모두 개인의 자유라고 했다. 출근시간과 퇴근시간도 자유다. 심지어 쾌적한 수면실도 여러 개가 마련돼 있었다. 판씨는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직원들 중 엔지니어들이 많은데, 이들 중에는 밤새 일하고 낮에는 자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이 낮에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수면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 일하고 언제 쉬냐가 아니라 철저하게 성과물만을 갖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왕잔(Wang Zhan) 바이두 부총재는 "바이두 전체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25세일 정도로 회사가 젊은이들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며 "인사 관리에 있어 우리의 최고 모토는 '능력이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최대의 무대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와 자유를 제공해주는 것이 오늘날 '구글이 넘지 못한 유일한 벽', '중국 인터넷검색 시장 점유율 70%대'라는 바이두 신화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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