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퀘어 장식한 서른셋 한국인 여성 창업가

머니투데이 뉴욕=이현수 기자 2012.01.25 05:30
글자크기

[세계 기업가정신 현장을 가다] <7> 뉴욕에 도전하는 한국의 청년창업가들
- 광고게임업체 창업, 한주리씨

편집자주 뉴욕이 벤처 창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디어, 예술, 패션, 레스토랑 등 뉴욕의 수많은 문화적 자산과 뉴욕시의 창업생태계 조성 의지가 뉴욕의 청년들로 하여금 미디어와 문화 관련 벤처창업 도전에 나서게 하고 있다. 한국인 청년 창업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간 정세주 ‘눔’ 대표가 만든 운동 관리 애플리케이션은 2009년 구글에서 '올해의 제품'으로 꼽기도 했다. 광고게임회사 '메가폰랩스'를 창업한 한주리씨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광고서비스를 선보여 뉴요커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머니투데이는 연고도 없이 홀로 뉴욕에 가서 직접 인맥을 쌓고 회사를 만든 뉴욕의 벤처창업 1세대를 소개하고 이들의 창업 노하우를 전한다.

"학교에서 인맥·기술 준비할 수 있다"

메가폰랩스를 창업한 한주리씨는 뉴욕대학원 과정에서 만난 개발자 친구들을 회사로 끌어들였다. 한씨는 "좋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게 창업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메가폰랩스를 창업한 한주리씨는 뉴욕대학원 과정에서 만난 개발자 친구들을 회사로 끌어들였다. 한씨는 "좋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게 창업의 첫 단추"라고 말했다.


광고게임업체 ‘메가폰랩스’를 창업한 한주리씨(33)는 혈혈단신 뉴욕에 와서 회사를 만들었다. 한씨의 사업 아이디어에 8명의 뉴욕 청년들이 더 붙었고, 실리콘밸리 사업가의 투자까지 받아 타임스퀘어 근처에 자리도 잡게 됐다. 팀원들을 끌어들인 한씨의 아이디어는 ‘광고 게임’. 게임화된 광고에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는 서비스다. 스크린에 광고가 띄워지면, 사용자는 광고에 나오는 번호를 눌러 접속한 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메가폰랩스는 지난해 두더지 게임을 활용한 버드와이저 광고서비스를 타임스퀘어 대형전광판과 야구장 등에서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일반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아이스하키, 농구 등 스포츠팀까지 메가폰랩스와 계약을 맺은 광고주도 100여 곳에 달한다. 한씨는 “길거리, 경기장, 극장, 공항 등 한 장소에 모여 있는 대중이 타깃”이라며 “행사 등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해오는 식대로 광고하는 대신 게임을 할 수 있게 서비스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한국에서 케이블방송업체 온미디어에서 2년 간 일하며 ‘기다리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 사업 아이디어의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온미디어 산하의 엠티비 프로그램 무대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콘서트나 쇼가 시작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대중에게 힌트를 얻었던 것. 몇 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연했다. 대형 스크린과 개인 휴대폰을 연결한 이벤트를 떠올렸지만 지식도 기술도 없었다.

“창업, 학교에서 모두 준비할 수 있다”
대학(이화여대 디자인학부)시절 뉴욕대의 교수가 방한해 수업했던 내용은 한씨가 뉴욕으로 오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당시 그 교수의 수업에서 스크린에 떠있는 글씨에 학생들이 손을 갖다 대면 이미지가 움직이는 ‘쌍방향 아트’를 처음 접했다. 그가 입학한 뉴욕대 ‘ITP(interactive telecommunication program)’ 과정은 그러한 커뮤니케이션 분야뿐만 아니라 게임 디자인, 소셜 미디어 등 새롭게 떠오르는 IT분야를 가르치고 있었다. 한씨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나같이 미국에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이 친구를 사귀고 개발자를 만나게 되는 데는 학교만큼 좋은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메가폰랩스의 팀원들은 모두 한씨가 학교에서 만난 지인들로 구성돼 있다.



“창업 컨퍼런스를 이용해라”
한씨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곳곳에서 열리는 창업 대회에 나가 정보를 얻고 네트워크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뉴욕에서는 창업 열풍으로 인해 테크밋업 등 크고 작은 행사가 한 주에도 서 너 번씩 열리고 있다. 메가폰랩스도 컨퍼런스에 나갔다가 우연히 광고주와 투자자를 만나 사업의 물꼬가 터졌다. “광고 아이콘도 아니고 진짜 두더지 그림으로 서비스를 시연했더니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얼마냐고 물어 깜짝 놀랐죠. 가격을 얘기하자 바로 그래픽과 로고를 수정해 달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스마트폰 제조업체 팜(palm)에 계신 분이었어요. 그 때부터 제대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디다스 등 거대 기업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소셜네트워킹사이트 비보(bebo)를 창업해 매각한 실리콘밸리 투자자 마이클버치도 컨퍼런스에서 만나 투자받게 된 경우다.

“돈보다는 좋아하는 일로 승부해라”
한씨는 “사업을 하다보면 투자를 받아 좋을 때도 있지만, 스타트업은 여전히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롤러코스터”라며 “좋아하는 일을 해야 지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게임 회사의 팀원들답게 메가폰랩스 사무실 한 켠에는 게임기와 게임 씨디들이 수북했다. “팀원 전부 게임 마니아 들입니다.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그걸로 창업까지 하게 됐어요. 저는 넥슨이 처음 나올 때 밤새 코인 써가며 게임했던 온라인 게임 1세대에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용자도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스타트업이라는 설명이었다.

한씨는 “블룸버그 시장이 전면에 나서 밀어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뉴욕에서 창업하기에 좋은 기회다”라며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단 와서 만나고 부딪쳐야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현수기자 hyde@

후원
타임스퀘어 장식한 서른셋 한국인 여성 창업가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