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정무적인 판단과 조언을 하는 자리는 대통령실장, 정무수석, 기획관리실장 등 3명이 꼽힌다. 이번 인사 전까지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 등 3인이 모두 정치인 출신이었다.
임 실장은 3선의 중진의원 출신이고, 김 수석도 초선 의원으로 활약하다 내년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청와대로 들어왔다. 장 실장은 한나라당 당직자로 오랫동안 일했고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국회부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현장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새로 임명된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이동우 기획관리실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하 실장은 정치부 기자와 언론사 간부 시절을 거치면서 광범위하게 정치권 인맥을 쌓았다고 하지만 소통의 깊이나 현실 정치 감각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 있다. 이 실장도 정책기획관 등 청와대에서 주로 정책 파트를 담당했다. 기획관리실장은 이 대통령이 핵심 참모들과 그날그날의 정국 대응 방향을 잡는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 결과와 정국 현안을 요약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만큼 정무 판단이 중요하다.
'정무라인 3인방' 중 2명이 비정치인으로 채워지면서 상대적으로 김 수석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당분간 정치 현안을 처리하는데 정무수석의 견해가 크게 반영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김 수석을 보좌하는 이진규 정무기획비서관, 김회구 정무비서관의 역할도 중요하게 됐다.
임기 말로 가면서 청와대의 정무 기능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당청 관계를 잘 설정해 정권 재창출과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에 디딤돌을 놔야 하기 때문이다. 백용호 정책실장 사임 후 정책실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게 되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도 정무 라인의 목소리가 더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은 녹록치 않다. 박 전 대표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어 임기 말 현 정부와의 '선긋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어 당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탈당 문제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 구도상 정무수석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김 수석의 어깨가 상당히 무거워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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