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신임 대통령실장에 '새인물' 카드..통할까?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1.12.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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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쇄신, 소통 강화 포석..어정쩡한 인사 지적도, 고려대 SBS 출신 인사쏠림도 여전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새 대통령실장에 하금열 (주)SBS 상임고문을 내정하는 등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현 정부에 몸을 담지 않았던 언론인 출신 인물을 실장에 내정해 국정 쇄신과 소통에 방점을 둔 인사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을 총무기획관에 내정해 안정적인 임기 마무리에도 신경을 썼다.

◇마지막 대통령실장, 고심 거듭=이날 새 대통령실장 내정 발표 후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하마평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인사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오늘 낮에 본인한테 내정이 통보됐고, 후보 중에 한 명이라는 것은 그제쯤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후보로는 대통령의 측근 그룹 또는 대통령과 함께 일을 해본 사람들이 주로 거론됐다. '아는 사람'을 중용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사실상 현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실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마지막 대통령실장은 임기 말 레임덕(권력 누수) 최소화, 국정 과제 마무리, 정권 재창출 기여, 퇴임 후 준비 등 해야 할 일은 어느 때보다 많지만 인재풀과 청와대의 힘은 약해지는 시기여서 과거에도 '최측근'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론과 정치권의 국정 쇄신 요구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인물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26 지방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을 수습하는데 기존 인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홍준표 대표의 사퇴로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는 관측이다. 박 전 대표 측이 현 정부와의 '거리 두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측근 실장'으로는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통과 조직 장악 '두마리 토끼'..인사 쏠림 여전 = 하 내정자는 이 같은 측근 그룹들의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내부 조직도 어느 정도 추스를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하 내정자는 주로 정치 분야를 취재해 정무적 감각을 갖췄고, 정치인들과의 네트워크도 강하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과도 15, 16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교류를 해왔다는 전언이다. 청와대는 임기 말 조직 관리 측면에서도 하 내정자가 강점이 있다고 전했다. SBS 사장 재직시절 통합과 추진력 및 경영능력이 검증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소통'과 '국정 장악' 등 두 가지 측면 모두 어정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과의 소통은 정치인 출신 보다는 못하고, 국정 장악력은 '측근'들 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을 총무기획관에 내정한 것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조직 관리 측면을 보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 내정자가 현 정부 들어 줄 곧 중용돼 온 고려대, SBS 출신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고려대 출신 인사 대거 기용은 현 정부 내내 비판 받아온 사안이고, 현재 청와대 수석 이상 참모에만 하 내정자를 비롯, 최금락 홍보수석,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 등 3명의 SBS 출신 인사가 있다.

◇인사 조속 마무리..당청 관계 '발등의 불' = 하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는 한나라당과의 당청 관계 정립이 될 전망이다. 홍 대표의 사퇴로 박 전 대표 체제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한나라당의 현 정부와 '선긋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어 당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민심 이반을 돌려세우는 것도 시급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젊은 민심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청와대는 조속히 인사 개편을 마무리하고 국정 운영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석인 특임장관과 교체 방침이 선 통상교섭본부장 외에는 당분간 장관 인사도 추가로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수선한 청와대와 내각의 전열을 하루속히 정비해 마지막 5년차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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