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나무 인공섬 부활의 신호탄 쏜다"

머니투데이 두바이(UAE)=전병윤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 2011.11.11 08:47

['한국건설의 혼' 세계에 심다 ②-3]삼성물산 팜 제벨알리 교량 프로젝트

<2>중동편② - 아랍에미리트(UAE)

 바다에 야자나무 모양을 본 뜬 인공섬을 만드는 '팜아일랜드' 프로젝트. 상상을 현실로 만들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월드가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후 그대로 바다에 가라앉는 듯 했다.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팜 제벨알리 교량.

◇팜 아일랜드 좌초 위기…공사도 중단
두바이는 '팜주메이라'의 성공에 도취해 '팜제벨알리'와 '팜데이라'를 포함한 팜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연달아 추진했으나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란 암초에 걸려 매립만 끝낸 채 공사를 전면 중단해야 했다.

개발회사인 나킬이 팜제벨알리에 들어설 호텔과 상업시설, 주택의 분양이 여의치 않아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건설부문)도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삼성물산은 2007년 팜제벨알리와 육지를 연결하는 교량공사를 3억5000만달러에 수주해 건설했다.

삼성물산은 그해 4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8월 메인교량의 기초 말뚝을 박고 상부 구조물 공사를 진행하는 등 공정률 50%까지 진행한 후 지난해 1월부터 발주처의 자금사정으로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공사를 멈췄다.

ⓒ조태환 삼성물산 현장소장
조태환 삼성물산 현장소장(사진)은 "기성금을 받고 공사를 진행한 가운데 일부 미수금이 발생해 공사를 스톱하면서 피해는 크지 않았다"며 "공사 재개를 장담할 수 없어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회고했다.

◇노심초사 1년 "서광 비추다"
올들어 팜제벨알리 프로젝트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공사 재개를 위해 팜 제벨알리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분양자들의 토지에 대한 정리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나킬은 투자계약 취소를 막기 위해 분양자들에게 팜제벨알리로 넘어가기 전 육지에 조성될 고급주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바다 조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육지에서 팜 제벨알리를 잇는 메인 교량을 멀리서 본 모습. 나머지 팜 제벨알리는 아직 공사를 멈춘 상태다.
 나킬은 대안으로 야자나무 줄기와 가지를 우산처럼 빙 둘러싼 지역 중 왼쪽으로 분양자들의 토지를 모으는 방안을 선택했다. 여러 곳에 분산된 분양자 토지를 한 곳에 집중한 뒤 이곳부터 공사를 재개하려는 의도였다.

또 폭 150m, 8㎞ 길이 야자나무의 가지모양에 들어설 주택의 분양가격을 1채에 1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낮췄다. 여기에 지난 8월 나킬 지분을 정부로부터 인수해 공적기관으로 탈바꿈했다. 팜제벨알리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다는 두바이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 다음 나킬은 육지와 팜제벨알리를 이을 메인교량공사(M1)를 우선적으로 재개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3년을 기다려온 삼성물산의 제벨알리 교량공사도 지난 3월31일부터 다시 시작됐다.

↑팜 제벨알리 교량의 상부에서 가드레일과 중앙 분리대 등 마무리 작업 중이다.
M1교량의 길이는 1.2㎞로 현재 교각 위 아스팔트공사를 완공하고 중앙분리대와 가드레일 설치 등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반대편 교량인 1.4㎞ 길이인 M3는 교각을 세우는 작업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교량은 상부는 차량 통행, 하부는 전기와 통신·상하수도시설 등이 지나가는 복층구조로 돼 있다.

 조 소장은 "두바이가 어려워지면서 공사 중단 사태가 잇따랐고 대부분 해외업체가 손을 털고 빠져나가기 바빴지만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공사 재개를 위한 협상과정들을 지켜보며 발주처로부터 신뢰를 얻는 계기로 삼았다"고 말했다.

◇두바이, 2014년 생사 갈림길
주요 투자처인 유럽의 재정위기가 여전해 두바이의 앞날도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고 회생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조 소장은 "나킬 이사회에 따르면 2014년까지 두바이가 갚아야 할 총부채는 600억달러로 그 전까지 돈을 벌어서 갚을 수 있느냐를 생사의 갈림길로 보고 있다"며 "두바이는 추가 개발을 최대한 줄이면서 관광과 물류로 인한 세입확대에 나선데다 UAE의 형님 국가인 아부다비에서 막판 두바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현장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중국 등 최대 1250명의 근로자가 일을 한다. 삼성물산은 언어와 종교 등이 다양한 다국적 근로자를 관리하며 무사고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건설시장은 이미 치열한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한국 건설사들은 자본력으로 무장해 치고 올라오는 중국업체와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갖고 있는 유럽업체 사이에 끼어 있다.

 조 소장은 "정부 차원에서 해외 건설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 연구 과제를 설정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또 프랑스나 일본, 중국은 국가에서 금융투자와 병행하기 때문에 입찰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에 비하면 국내의 현실은 척박하다"고 조언했다.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팜 제벨알리 교량 공사 현장.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3. 3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4. 4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5. 5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