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밥 먹는데 1시간 걸리는 '미운 3살'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 2011.05.14 12:10

[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생후 22개월인 창민이(가명)는 밥을 잘 안 먹는다는 문제로 내원했다. 창민이는 반찬이 맘에 들지 않거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는 음식을 다 뱉어버리고 먹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렸다.

식사 시간에도 돌아다니려고 하기 때문에 한 자리에 앉아서 먹는 법이 없었다. 한 끼를 다 먹으려면 엄마가 어르고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윽박을 지르는 등 오랜 시간이 걸려서 겨우 먹는다고 했다.

창민이는 이유식을 시작한 약 6개월 때부터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들어오면 뱉어버리고 엄마가 계속 입에 넣어줘도 뱉거나 자지러지게 울어 결국 엄마가 손을 들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창민이는 밥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에 있어서도 고집이 너무 세고 떼를 심하게 부려 엄마가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엄마는 창민이를 달래도 듣지 않고 야단을 치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야단을 치지도 못한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고민만 하는 상태였다.

창민이처럼 생후 6개월에서 3세 사이에 밥을 안 먹으려고 하는 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겪는 아이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는 대개 엄마와 아이와의 기질적인 특성 차이와 엄마의 양육방법에서의 문제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아이들의 특징은 대개 호기심이 강하고 활동적이며, 다른 아이에 비해 배고픔이나 수면욕구도 잘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매우 예민하고 고집도 세고 자기 마음대로 외부 세계를 통제하고 싶어 해 다루기 힘든 경우가 많다.

반면 엄마는 모성애는 강하나 쉽게 불안해지거나 아이를 적절하게 혼내거나 통제하는 것을 잘못해서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엄마는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과잉보호를 받은 경우가 많다는 연구도 있다.


창민이의 경우처럼 엄마와 밥을 먹는 부분에서 갈등이 있는 경우는 아이와 엄마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엄마는 이 시기의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심리적 발달과제가 자율성과 적절한 한계 설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가 입을 벌리지 않을 때는 배가 불러서 그런 건지 아니면 스스로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스로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음식이나 유아용 숟가락을 통해 본인 스스로가 먹을 수 있게 촉진한다.

둘째, 아이가 화가 나 있거나 뭔가 불만이 있을 때 먹이거나, 또는 이미 배가 부른데도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몰래 입안에 음식을 집어넣는 등의 행동은 아이에게 먹는 것과 부정적인 정서 경험을 연관시키는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되므로 피해야 한다.

셋째, 식사와 관련해서는 규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식사시간이 쓸데없이 길어지고 원할 때마다 우유나 과자 등을 주기 때문에 하루 종일 배가 부른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배가 고프지도 않는데 엄마가 자꾸 먹으라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이외에는 먹을 것을 주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식사시간은 30분으로 제한한다. 이 때 다 먹지 못하더라도 30분이 지나면 치운다. 돌아다니면서 놀다가 한 숟가락 먹고 또 놀다가 한 숟가락 먹는 등 식사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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