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핑계·변명이 많은 아이의 교육법은?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2011.02.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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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건강칼럼]핑계·변명이 많은 아이의 교육법은?


초등학교 3학년인 병철(가명)이는 잘못을 하고 나서도 변명을 자꾸 대는 바람에 엄마와의 잦은 마찰이 생겨 내원했다.

엄마가 보기에는 아이의 잘못이 뻔한 데도 병철이는 "나는 모른다"고 발뺌을 하며 엄마가 추궁을 계속하게 되면 짜증을 내면서 버럭 화를 내는 일이 잦았다. 상담을 해보니 엄마는 평소에 지나치게 병철이의 실수를 지적하고 혼내는 성향을 보였다.

잘못을 인정하면 잘못에 대해서 혼내고, 인정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다고 혼내게 되니 병철이는 "어떻게 말해도 혼날 게 뻔하기 때문에 먼저 아니라고 얘기하게 된다"고 했다. 병철이는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자꾸 변명을 하게 됐다.



핑계와 변명은 책임추궁을 당할 때 책임을 줄이고 벌을 적게 받고자 하는 일종의 자기 방어적인 행동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실제적인 벌보다 부모의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맞닥뜨리는 것을 더욱 두려워한다.

따라서 평소에 아이에게 책임 추궁이 많고 비난이나 처벌의 정도가 심한 환경에 노출될수록 아이의 핑계도 많아지게 된다. 또 부모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일이 잦은 경우에는 아이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부모를 화나게 하거나 비위를 건드렸다고 생각하여 변명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변명이라는 자기방어적인 습관을 줄이려면 어떤 태도로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첫째, 아이가 우연한 실수를 했을 때는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조심 좀 해. 맨날 사고를 쳐요"라고 반사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잘 하려고 하다가 실수한 거겠지"라고 대해주는 게 필요하다.

우연한 실수에 화를 내거나 추궁을 길게 하면 아이는 억울한 생각이 들게 되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자꾸 변명거리를 마련하게 된다. 오히려 실수를 인정해주고 용서해주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겨도 당당하게 인정하게 된다.


둘째, 좋은 실패는 권장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도전하다가 생긴 실패는 좋은 실패이다. 아이가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우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다음에는 혼나지 않기 위해 실패를 변명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실패에는 오히려 격려와 인정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 또 실패, 반복되는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의 이정표다"라는 미국의 발명가 찰스 캐터링의 말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가 실패를 감추기보다는 더욱 분발하도록 격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셋째. 부모 자신이 잘못이나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살펴보자. 부모가 핑계를 잘 대거나 남 탓을 많이 하면 아이도 배운다.

따라서 부모도 실패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실수에 책임을 지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집안 분위기가 필요하다.

부모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려면 대단한 용기와 겸손함이 필요하다.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으면 즉시 인정하고 우리가 상황을 통제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아이가 핑계가 많다면 우선 부모의 평상시 태도가 변명을 습관화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아이의 실수를 가리려고 하기 보다는 다음 대안과 문제해결방법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도와준다면 아이의 변명과 핑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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