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6살, 엄마 잔소리 싫어지는 나이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2011.03.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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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건강칼럼]6살, 엄마 잔소리 싫어지는 나이


6살인 유니(가명)는 요즘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텔레비전 그만 봐라, 학습지 좀 풀어라"라고 얘기하는 게 부쩍 귀찮아지고 잔소리처럼 여겨져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바로 했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상황 판단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엄마가 시키는 게 답답하고 때로는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지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잔소리 들을 거라고 미리 짐작되는 일은 몰래 숨어서 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엄마한테 숨기는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엄마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후다닥 끄고 방에 들어가서 책 보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유니의 엄마는 유니에게 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유니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어릴 적에는 엄마가 하라고 하면 아이들이 바로 따른다. 아직 자기가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능력도 부족하고 엄마라는 존재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엄마한테 예쁨도 받고 싶고 엄마의 말을 잘 따르려고 한다.

그러나 자기 생각이 자라고 아이 나름대로의 상황 판단력이 생기기 시작하면 아이는 엄마가 시키는 명령을 "이게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인지,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인지" 등을 본인이 판단하고 걸러 듣게 된다.

또 "내 생각에는 엄마 말대로 하지 않아도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등의 자기 나름대로의 다른 대안이나 문제해결방법을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그 대안이 미숙하거나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아 잘못된 판단일 가능성도 많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생각을 키워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상태로 아이를 예전처럼 대하다 보면 아이와 감정적으로 틀어지게 되는 경우가 생기고, 아이가 엄마의 명령을 잔소리처럼 여겨서 숨기거나 더 안 하려고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부모가 다른 어른한테 일방적으로 시키거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경우는 없다. 아이들에게만 그렇게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어른보다 사고의 폭도 좁고, 참을성도 없으며 중요한 것이 뭔지를 모른다고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편견이 실제로 맞는다고 할지라도 그런 대우를 받으면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게 되고, 엄마와의 기분 좋은 대화를 통해 고차원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될 기회를 잃게 된다.

또 아이 입장에서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바로 전에 학습지를 2장 풀었고 아빠가 허락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이를 모른 채 엄마가 "요즘에 텔레비전 너무 많이 본다. 그만 봐"라고 얘기했을 수가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 문제는 엄마가 다음번에도 이렇게 아이의 상황을 잘 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또 텔레비전에 대한 잔소리를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엄마가 '텔레비전'과 관계된 중립적인 얘기를 해도 아이는 부정적으로 곡해해서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보면 이제 엄마가 '공부', '텔레비전', '게임' 등 특정한 주제와 관련된 얘기만 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자동적으로 "또 나에 대한 비난이겠군, 잔소리구나" 하면서 화를 내거나 아예 듣기 싫어하거나 마음을 닫아버리게 된다.

따라서 아이를 보고 잔소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먼저 상황이나 전후사정을 충분히 알아보고 아이와 함께 엄마가 생각하는 문제점이나 개선 방법, 그리고 아이의 생각이나 판단 등을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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