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로봇시대 재촉하는 일본의 대재앙

머니투데이 안홍철 코트라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 2011.04.27 06:31
마징가Z, 로봇킹, 우주소년 아톰, 로보트태권V, 외계에서 온 우뢰매, 로보캅,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 아이로봇, 바이센테니얼맨, AI….

어린 시절 꿈을 꾸듯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치며 우리들의 아드레날린을 분비해준 공상과학 만화·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태양 가까이 날다 추락한 이카루스의 꿈이 마침내 비행기로 현실화되었듯 우리들의 로봇에 대한 동경도 현실화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은 의외로 우리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지진과 그에 이은 쓰나미로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는 가동을 중단했으나 냉각장치 고장으로 인한 압력으로 건물이 폭발하고, 방사능이 누출되어 광범위한 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반경 20㎞ 이내 출입이 금지된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방사성물질을 만지고, 싣고, 운반하며, 바닥을 청소해야 하나 이 작업을 인간이 할 수는 없어 로봇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원자로를 해체하고, 부품을 싸고 나르며, 청소 후 수년 간 그 지역을 모니터링할 로봇도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사고장소에 들어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방사능 누출을 멈출 것인지 알아내는 작업이고,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기고, 뒹굴고, 수영을 하고, 공중을 나는 로봇이 필요하다.

달리는 로봇, 바이올린을 켜는 로봇 등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의 제작에서 일본은 세계를 리드하지만 여태까지 원전사고가 없었고, 발전소가 안전하게 설계되었으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난용 로봇 제작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본은 사고 발생 7일 후에야 다량의 방사능을 견디고, 높은 압력에서 물을 뿌릴 수 있는 재난용 로봇을 프랑스, 미국을 통해 구할 수 있었으나 이러한 로봇은 사고 발생 후 몇 시간 내에 사용해야 한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사건 이후 프랑스 내 어느 곳이든 항상 10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고, 10㎞ 밖에서 원격조정이 가능한 로봇을 준비해두었다. 미국은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이후 남극의 빙산이나 화산 내부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기능하는 로봇 제작에 힘을 써왔다.

우리나라도 로봇산업을 차세대 신성장산업으로 분류하긴 했으나 세계 로봇시장 규모가 100억달러에 못미치고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인지 정부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없다.

1997년 5월 IBM은 슈퍼컴퓨터 '딥 블루'를 만들어 체스 세계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와 대결해 2승1패3무승부를 거두며 로봇지능의 가능성을 열었다. IBM은 지난 2월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퀴즈프로 '제퍼디'(Jeopardy)의 상금왕, 최장수 챔피언, 그들이 만든 컴퓨터 '왓슨' 간의 3자대결을 주선했고, 그 결과는 IBM 초대 사장의 이름을 딴 왓슨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1테라바이트 디스크가 흔한 요즈음 2억페이지에 달하는 지식정보를 4테라바이트의 디스크에 저장한 로봇이 승리했으니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이 출현할 날도 머지 않다.

지난해 4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소유의 해상 원유시추대가 멕시코만에서 폭발해 1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고, 무려 3개월 후에야 원유 분출구를 봉쇄함으로써 약 500만배럴의 원유가 멕시코만에 유출되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해상오염 사고가 일어난 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심해 원유 시추를 금지하는 대신 원유시추대에 반드시 폭발방지용 원격 원유조절 로봇을 갖추도록 명령했다.

원전의 경제성을 감안할 때 원전 건설의 무조건적 반대보다 재난 발생시 이를 해결해줄 로봇을 미리 갖추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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