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노조의 100만인 서명과 론스타 먹튀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11.01.11 15:09

[현장클릭]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직원)간 싸움을 두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표현을 썼다가 댓글과 이메일 등으로 많은 건의를 받았습니다. 국내 금융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인데 이런 표현은 무책임하다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항변이었지요.

두 은행이 동반 부실을 일으키면 금융 산업에도 큰 타격이 있을 텐데 왜 현대그룹에만 승자의 저주를 지적하고 하나금융에는 아무 문제제기가 없느냐는 항변이 거셌습니다.

얘기는 이렇습니다. 하나금융은 인수자금 3조원 이상을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자금조달 계획도 없이 매매계약부터 했다는 것. 자금조달 능력이 없어 공동 부실화를 피할 수 없으리라는 지적입니다.

이들은 하나금융이 진정으로 외환은행의 강점을 살리고 발전시킬 의도가 있는지도 믿기 어렵다고 합니다. 한 직원은 "하나금융은 인수를 통한 자산팽창에만 관심이 있다"며 "하나금융에 인수되면 외환은행의 외국환 및 금융관련 노하우가 다 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시 국내 금융 산업에 손해가 올 것이란 얘기지요.

이런 점을 알리고 이슈가 묻히지 않도록 외환은행 직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합병저지 운동을 펼쳐왔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댓글달기, 메일보내기 등도 이에 포함되지요.

그런데 어쩐지 전반적인 여론은 좀 시들합니다. 2006년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던 당시 '론스타 먹튀' 논란 등이 불거진 것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몸담은 은행이 없어지게 됐으니 반발은 이해한다"면서도 공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일각에서는 그 이면에 직원 급여삭감과 처우 문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등이 얽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HSBC 등 외국계 은행으로의 인수에는 반대하지 않다가 국내 은행 인수에만 강력히 반대한 전력 등을 들면서 내놓는 의견이지요.


외환은행 직원들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들은 당장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이 아니라는 점만 봐도 이번 딜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노조 위원장도 기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급여나 처우차원에서 합병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고 호소했지요. 한 직원은 "우리는 한 번도 공적자금을 받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대등합병도 아니고 재무상황도 좋지 않은 하나금융에 인수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높은 애사심과 자부심, 그리고 국내 금융 산업에 대한 우려가 이번 반대의 배경에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지금 상태로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독자생존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외환은행의 노력이 성공할까요. 지난해 12월16일 시작한 인수 반대 성명은 불과 20여일만인 지난 6일 107만명을 기록하며 100만인 고지를 넘어섰습니다. 노조는 지난 2006년 국민은행으로의 인수 반대는 4개월 만에 100만인 서명받기에 성공했는데 당시보다 시간이 크게 단축돼 고무적이라고 합니다.

그 만큼 지지를 더 많이 받았다고도, 외환은행 직원들의 활동이 더 활발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노조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내며 매각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아무래도 남은 걸림돌은 자금조달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이슈화, 국내 금융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여론을 끌어내느냐가 노조의 숙제라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양질의 자금을 들고 와 훌륭한 청사진을 그려내는 것은 하나금융의 숙제일 것입니다. 노조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일, 그건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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