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하나금융, 저축은행 인수 관심 왜?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1.01.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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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63,100원 ▼500 -0.79%)가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외환은행 인수 작업으로 갈 길 바쁜 하나금융이 금융당국에 등 떠밀려 무리하게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소매금융부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래전부터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5일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주요 금융그룹도 동참해야 한다"며 저축은행 부실 처리 과정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사했다. 김 회장은 다만, 저축은행 인수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김종렬 하나금융 사장도 "은행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주든, 구조조정을 돕든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냐"면서도 "오래 전부터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었지만 당장 인수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주요 경영진에선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하나금융 내부에선 소매금융부문 시너지를 증대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저축은행 인수에 관한 논의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하나금융 내부 관계자는 "개인 비즈니스 유닛에 신용카드, 캐피탈, 저축은행을 한데 묶어 소비자금융 그룹이라는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저신용 고객들에 대한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지난해 초부터 검토해 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금융 그룹에선 소액 단기 대출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 기존 대출 비즈니스 모델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구상은 하나금융에서 추진해온 매트릭스(Matrix)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검토된 것이다. 매트릭스 조직이란 지휘명령 체계를 전통적인 수직 체계에서 수직-수평 양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 하나은행장의 경우 하나은행 관련 업무만 수직적으로 총괄했지만, 이제는 하나은행장이 개인비즈니스유닛 대표를 겸임해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생명, 하나SK카드, 하나캐피탈 내 개인금융업무까지 수평적으로 총괄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저축은행을 인수해 신용카드와 캐피탈 등 개인소매부문을 한데 묶은 별도 조직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이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건설업 대출 등 기존 저축은행들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은행에서 취급할 수 없는 저신용 계층에 대한 소매금융 영업에 주력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하나금융 관계자는 "3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에 대한 저축은행 업계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일반대출 수준으로 완화할 전망이라 (인수를 할 경우) 소액신용대출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설업에 대한 익스포저(대출규모)가 적으면서 수도권 지역 내 비교적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저축은행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에서 주요 금융지주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저축은행을 인수해주길 바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규모 1조원 안팎의 중대형 저축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에선 대형저축은행인 B저축은행과 S저축은행, M저축은행의 계열 저축은행들이 하나금융에서 관심을 둘 주요 매물로 점쳐진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들 저축은행은 수도권에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고, 자산규모도 중형급 이상이라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에서 매입할 경우 소매금융 영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금융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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