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도 총장도 '등록금 대략난감'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11.01.07 11:06

정부 '3년연속 동결' 민망한 주문에 총장들 속앓이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 18층. 해도 뜨기 전인 오전 7시부터 대학 총장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대학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기 위해 전국에서 총장 20여명을 긴급 소집했기 때문. 몇몇 지방대 총장은 조찬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날 상경해 아들집 등에서 묵어야 했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이 장관도 약속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나와 총장들에게 깎듯이 인사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트레이드 마크인 '90도 인사'는 아니었지만 80도까지는 숙여졌다. 그리고 모두발언.

"물가가 많이 염려가 돼 올해까지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 주셨으면 하는 게 정부의 바램입니다…."

이 장관으로서는 꺼내기 쉽지 않은 말이었을 것이다. 정부 요청으로 다수의 대학들이 이미 지난 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 왔기 때문. 주가가 2000을 돌파하고 정부 스스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자축하는 마당에 3년 연속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는 것은 민망하고도 남음이 있다. 게다가 공무원 연봉은 5%나 올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안정을 새해 최대 과제로 제시한 마당에 장관이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이 장관은 "경제가 좋아졌지만 물가가 많이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경제여건이 여전히 어렵다"고 난감한 상황을 에둘러 표현했다.


난감하기는 대학 총장들도 마찬가지. 한 국립대 총장은 "장관이 동결해 달라는데 해줘야지. 근데 죽을 지경이다. 3년 연속 동결하는 게 어딨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매년 물가가 3% 정도씩 올랐는데 올해마저 등록금을 동결하면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사실상 예산이 10% 정도 깎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국립대 총장도 "등록금을 3% 올리면 50억원 정도가 확보된다"며 "올해마저 동결하면 그 돈을 다른 데서 구해와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국립대 총장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사립대 총장들의 한숨은 더 크다. 한 사립대 총장은 "올해에는 등록금을 꼭 올려야 하는 상황이긴 한데 정부에 밉보이면 또 여러 모로 힘들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라고 난감해 했다.

사립대 한 관계자는 "등록금 몇 % 올려봐야 10억~20억원 정도 예산이 늘어나는데 그거 올려서 정부에 찍히느니 차라리 다른 데서 벌어오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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