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 우유 담합을 위한 변명?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0.12.20 16:58
심증만 있던 우유 업체들의 가격 담합이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우유 등 14개 우유업체들이 친목모임인 '유맥회' 등을 통해 제품별 가격인상안을 교환하고, 인상 시기, 인상률 등을 협의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들은 담합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해 웹하드에 패스워드까지 만들어 가격인상안을 공유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뿐만 아니다. 큰 우유에 작은 우유를 테이프 등으로 감아주는 이른바 '덤' 증정 경쟁이 붙어 비용이 늘어나자 업체가 모두 중단키로 합의했고, 학교 급식에 우유를 납품할 때는 특정 가격 이하로 판매하지 않기로 담합하기도 했다. 국민의 생필품 중 하나인 우유를 놓고 온갖 담합을 다 벌인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들 업체에 부과한 과징금은 188억 원에 불과하다. 실명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감면제) 혜택을 받은 업체도 있다고 하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업체당 1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셈이다.

이처럼 '선처'를 베푼데 대한 공정위의 변명은 구구절절하다. 우유업체들의 가격인상 이전에 원유가가 먼저 올라 인상 요인이 있었고, 담합 조사 이후 상위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또 낙농농가들이 실체인 서울우유와 부산우유는 최근 구제역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고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낙농육우협회 등의 선처 건의도 쏟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과징금을 줄여줬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공정위의 속내는 '알아서 가격을 내리면 봐줄 테니 나머지 업체들도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라'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업체들의 '옆구리'를 찔러 자연스러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 과징금 부과 등 직접적인 제재보다 가격 인하 유도 등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공정위의 전략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원칙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되레 '꼼수'만을 양산할 수 있다.

공정위는 우유 외에도 현재 커피, 가전제품, 비료, 농약, 자동차 정비 수가 등 실생활과 관련된 사안을 중심으로 가격담합 등을 조사 중이거나 조사할 예정이다.

공정위의 '봐주기'가 선처의 '나쁜 예'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과징금 산정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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