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소송, 은행 '판정승'… 법원 판단은?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 2010.11.29 16:40

법원 "키코 자체는 문제없지만 고객보호의무 어겼다면 배상책임"

불공정 거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어온 환헤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를 두고 벌어진 기업과 은행 간의 무더기 소송에서 은행 측이 대부분 판정승을 거뒀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모나미 등 99개 기업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하고 에스앤제이인터내셔날과 부영정공 등 19개 기업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고객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은행 측에 배상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들은 판결에서 "키코가 불공정 상품은 아니지만 은행 측이 계약 과정에서 고객보호 의무를 어겼다면 손해를 일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키코라는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계약 과정에서 고객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은행 측이 위험성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소송이 은행 측의 압승으로 결론나면서 3년째 접어든 '키코' 공방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이번 판결은 법원이 키코 논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어서 현재 계류 중인 50건의 유사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로 피해기업들은 더 이상 키코라는 상품의 불공정성을 주장하기가 어렵게 됐으며 대부분 업체들은 키코 계약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키코 사건은 키코가 불공정 상품인지와 은행이 계약조건 설명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위배했는지 여부를 놓고 피해 기업과 은행 간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두 가지 쟁점 중 하나인 불공정 상품 논란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키코가 불공정 상품이므로 판매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피해기업들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키코 소송에서는 계약 과정에서 은행 측이 설명의무 등 고객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가리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이번 법원 판결은 키코라는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상품을 파는 은행 측이 계약 과정에서 고객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로 해석된다"며 "키코 논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변호사는 "이번 소송이 은행 측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과연 기업 측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은 위험관리에 보다 신중을 기하고 금융권은 금융상품으로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자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판결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혀 키코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수산중공업과 우리은행 사이의 키코 분쟁에 대한 첫 판결에서 재판부는 "키코는 환위험 회피에 적합한 상품이고 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피해 기업들은 검찰에 은행 임직원들을 사기 혐의로 고발하는 등 크게 반발했었다.

한편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오르내릴 경우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외화를 은행에 팔 수 있도록 해 기업과 은행이 환위험을 상쇄하는 파생상품으로 키코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2008년 8월 오토바이 수출중소기업인 S&T모터스가 키코 계약으로 48억원의 손실을 본 뒤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비슷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100여건의 키코 관련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키코 사태'가 촉발됐다. 키코 사건은 그동안 소송 과정에서 기업과 은행이 노벨상 수상자 등 해외 유력 인사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법정에서 석학들 간의 대리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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