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도 못받았는데" 성원건설 직원 눈물 8개월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10.03.10 17:25

신용대출·카드돌려막기로 생활… 자녀 학원·우유끊은 직원도

"퇴출이라뇨. 저희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텨왔는데요. 그동안 밀린 월급은 받을 수 있나요."

채권단 신용위험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성원건설 직원들이 참담한 심정을 털어놨다. 회사(성원건설)가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성원건설의 한 직원은 "D등급은 사실상 퇴출이라고 알려진 만큼 법정관리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가 무조건 청산될까봐 걱정"이라며 "회사 회생은 고사하고 지난 8개월간 한 푼도 받지 못한 월급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울먹였다.

지난 8개월간 직원들이 받은 돈은 지난 설에 지급된 상여금 30만원(1인당)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직원들은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을 받아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보험·적금 해약은 기본이고 3~4개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돌려막기'하는 직원들도 있다. "자녀들 학원을 비롯해 우유까지 끊었다"는 눈물겨운 사연도 있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업무가 마비돼 퇴직 처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직을 준비중인 한 직원은 "사직서 수리를 비롯해 재직증명서 발급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난처하다"고 말했다.

성원건설 노조 관계자는 "전윤수 회장 등 경영진은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얘기만 반복할 뿐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매일 4~5명의 직원들이 참다 못해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 사업장에서 고용한 직원들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2월 공사가 중단된 바레인 현장의 경우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등에서 온 400여명의 현장근로자가 3개월치 임금을 받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들은 바레인 노동부를 찾아 성원건설 임금 체불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자산도 직원들이 나서서 지키고 있다. 최근엔 채권자들이 책상, 컴퓨터 등 사무집기를 가압류해 경매가 진행되기도 했다. 노조 직원 10여명은 경매 낙찰을 막기 위해 직접 법원을 찾아 임금 체불 등 상황을 알리고 배당 신청을 했다.

성원건설 직원들이 바라는 것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무모한 해외저가 수주 등으로 부실을 키운 경영진은 용서할 수 없지만 소중한 일자리와 밀린 급여 등을 사수하고 싶어서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채무가 유예돼 성원건설은 기업회생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대로 법정관리가 기각되면 성원건설은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4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뿔뿔히 흩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편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성원건설의 금융권 채무 합계는 1조3168억원에 달한다. 이중 제 1,2금융권과 해외금융권에 대한 채무가 2232억원이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채무는 1조936억원에 달한다.

1금융권의 경우 외환은행에서 292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대출했다. 1금융권 PF보증채무액은 총 3765억원이다. 2금융권이 경우 모두 40개 기관에서 5058억원의 PF대출을 받았다. 해외금융권의 채무는 494억원이며 PF보증채무는 211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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