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도세 감면의 저주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10.03.03 07:58
당신에게 스타벅스 머그잔이 공짜로 생겼다. 이 컵을 판다면 최소 얼마까지 받고 싶은가. 터무니없는 장사꾼이 아니라면 3000원에서 1만원 이하가 될 것이다. 반대로 이 컵을 산다면 얼마까지 지급할 수 있는가. 3000원 미만이라고 답할 확률이 높다.

이런 반응에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기피(Loss aversion) 성향과 부존효과(Endowment effect)가 숨어있다.

최근까지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으로 떠들썩하던 부동산시장을 보면 이 2가지 심리가 똑같이 작용한다. 우선 사람들은 대상을 얻었을 때 느끼는 만족도보다 그것을 잃었을 때 상실감을 더 크게 느낀다. 때문에 최대한 손해를 피하려고 하는데 양도세가 바로 그것이다.

분양업계는 이 심리를 적극 공략해 마케팅을 펼쳤다. 모델하우스마다 '양도세 감면혜택 종료 D-0일' 현수막을 크게 걸었고 분양상담사들은 당장 계약하지 않으면 손해인 것처럼 선전했다.

여기에 부존효과도 작용했다. 부존효과는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계약자들은 집값이 당연히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양도세 감면혜택을 높이 평가했다.

세금을 줄여주는 조건은 수요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지난해 3월 16만5641가구까지 증가한 미분양주택이 양도세 감면효과로 같은해 10월 12만437가구로 27.3%(4만5204가구) 감소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주택구입으로 얻는 만족감, 기대수익을 배제하고 불확실한 양도차익 때문에 비합리적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양도세 감면혜택은 집값이 올랐을 때 양도차익을 얻을 뿐 집값이 떨어지면 소용이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준다고 하면 망설이던 사람도 4억원 넘는 집은 선뜻 계약하는 게 심리"라며 "분양가, 이자비보다 더 손해를 볼 수 있는데도 분위기에 휩쓸려 계약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도세 감면혜택이 끝나자 분양시장은 다시 싸늘히 식었다. 수도권에는 미분양이 많이 남아있다. 양도세 혜택만 보고 계약금을 투자한 계약자들이 '승자의 저주'를 겪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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