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쓰는 北, 속타는 정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09.08.21 09:43

유씨석방부터 연안호 송환까지 '일사천리'… 당국협의 배제 '통민봉관' 관측도

북한의 인심이 갈수록 후해지고 있다. 장기 억류자 유씨를 풀어주고, 육로 통행제한 조치를 해제하더니 조만간 연안호도 송환시킬 분위기다.

북한의 잇단 유화조치로 경색된 남북관계는 최근 며칠새 화해 급류를 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부의 심기는 편치 않다. 전형적인 '통민봉관'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씨부터 연안호까지..인심쓰는 北=북한은 지난 10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장기 억류 근로자 유씨를 풀어주고, 교류 관련 5개항에 합의하더니 이번엔 육로 통행과 체류 제한 조치도 전면 해제했다. 이른바 '12.1조치'가 해제된 것이다.

통일부는 21일 "북측이 전날 오후 5시30분쯤 군사실무책임자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지난해 12월 1일 북측이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관련해 취한 조치를 21일부터 해제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이어 오후 9시40분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명의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통지문을 보내 "21일부터 경의선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를 재가동하겠다"며 "남측 인원에 대한 출입 및 체류 제한조치('12.1 조치')를 원상태로 회복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12.1조치'는 남북 당국간 협의를 남겨둔 개성관광 재개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면 철회됐다.

뿐만 아니다.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고위급으로 구성된 6명의 조문단을 파견키로 했으며, 조만간 연안호를 풀어줄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북한이 우리측 정치지도자의 서거 관련, 조문단을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문단의 면면도 화려하다. '실세'로 꼽히는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김양건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 원동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 등이 포진했다.

억류 23일째까지 구체적인 소재 및 상황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연안호도 조만간 송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날 오후 1박 2일 일정으로 도착할 예정인 북측 조문단의 체류 기간 중 연한호가 풀려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속타는 정부, 전형적 '통민봉관'?=정부는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간 협의가 배제된 '선심쓰기' 조치가 잇따르는 데 대해서는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대그룹이 합의하고 돌아온 교류 사항들은 정부측 주장대로 '민간차원'일뿐 당국간 공식적으로 합의한 사항이 아닌데다 조문단 파견에도 정부는 배제되고 북한과 김 전 대통령측 사이에서 결정됐다.

정부는 북한이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김 전 대통령 측에만 파견사실을 통보한 데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측이 조문하겠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수용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측이 정부 당국에 직접 연락해 온 바가 없다"며 "북한 조문단과 우리 당국이 면담할 계획도 현재로서는 잡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정부에는 조문단 파견에 대해 공식 통보를 하지 않고 있는데 '사설 조문단'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에 이어 '통민봉관(通民封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제대로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순수하게 애도하기 보다는 조문단 파견을 통해 의도적으로 정부를 배제하고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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