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억원으로 어떻게 살라고?"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2.11 17:14

[김준형의 뉴욕리포트]

50만달러.
우리돈으로 7억원이 조금 안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월가 경영진 최고 임금(Salary)을 50만달러로 제한했다. 월급쟁이 연봉의 '상한 가이드라인'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 금액을 두고 미국 사회가 시끄럽다.

미 최대 온라인 DVD대여업체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은 지난주말, 자기돈으로 뉴욕타임스에 광고까지 내면서 연봉 상한제를 비판했다. 골드만삭스 같은 곳은 연봉제한을 받느니 정부돈을 빨리 갚아버리겠다고 선언했다. 대놓고 목청을 높이지는 않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나 언론사 사이트에는 관련기사마다 '반시장적'조치에 대한 불만의 댓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왜 50만달러일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품이 최대에 달했던 2006년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진 임금이 25만달러 수준이었다. 씨티그룹 회장의 2007년 연봉이 25만달러, 골드만삭스의 블랭크페인 CEO 60만달러였던 것을 보면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너스'를 빼고 임금만을 얼추 평균내서 산정했음직도 하다.
'거품'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고액연봉을 표현하는 말이 '6자리(6digit)', 즉 10만∼100만달러였으니 그 중간값을 기준으로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봉이 40만달러(5억5000만원)정도이고 5만달러(6800만원)의 판공비를 더 받는다니, 대통령 연봉보다 조금 더 쳐 준 것이다.

1월기준 미국의 근로자 시간당 평균 임금은 18.46달러(약 2만5500원), 경영진 연봉 50만달러면 보통 근로자보다 17배 정도를 인정해준 것이다(신입사원으로 들어가서 20년간 매년 꼬박꼬박 25%씩 월급이 올라야 연봉이 처음의 20배가 된다).

여하튼 어느 기준으로 따져도 '임금'만으로 보면 상당히 너그러운 가이드라인이고 자연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는 돈이다.

그런데도 그 돈으로는 능력있는 사람을 쓸 수 없어서 기업이 도태된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는건 왜일까.

존 테인 메릴린치 전 CEO는 월가 보너스를 옹호하면서 "'시장가격(market price)'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가치value'가아니라 가격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눈높이'가 그렇게 높게 맞춰져 있다는 말이다.

어지간한 월가 월급쟁이면 으레 서머하우스(별장)하나는 갖춰야 하는걸로 안다.
비행기를 탈때는 전용기까지는 아니어도 비즈니스석에는 앉아야 한다. 골프회원권도 있어야 하고, 아이들은 학비가 1년에 수만달러씩 들어가는 사립학교에 보내야 한다. 지난주말 한 마담의 입을 통해 폭로됐듯 1시간에 2000달러씩 하는 고급 매춘같은 숨겨진 호사도 '눈높이'를 높이는데 기여했을지 모른다.

물론 월가 경영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 기업도 못지 않았다.
근로자 수백명을 먹여살릴 돈을 혼자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과장된 '신화'가 확산돼 왔고, 기업을 해서 번 돈보다 더 많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로부터 씀씀이를 용인받았다.

해이해진 군부대에서 사고가 자주 나듯, 미국 금융권과 재계에서 사기사건이 터지고, 매춘 같은 추문이 이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봉제한을 발표하면서 미국 사회에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기강(discipline)'이라는 단어를 들고 나온 것은 사회 전체의 '무절제'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거품이 꺼져도 눈높이는 그대로라면, 허점 많은 규제를 피해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거대한 거품의 역사가 반복되는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금융시장을 거품이전으로 돌리는 것 못지 않게, 개인과 사회의 욕심을 낮추는 게 더 어려운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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