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저씨가 살인범이었다니.."

정현수 기자 | 2009.01.29 17:29
↑ 미국드라마 'CSI'의 한 장면.

군포 여대생 납치살해 사건의 범인은 평범한 '옆집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범행동기도 생계유지나 원한관계처럼 뚜렷하지 않다. 아이들의 아버지이며 직장인으로 주변사람들은 '매우 착실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최근 들어 강력사건은 특별한 이유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이웃에게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잠재적 공포감을 안긴다.

29일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군포 여대생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강모(38)씨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것뿐만 아니라 범행 수법마저 지능적이었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손톱을 자른 것이 대표적이다. 피해자가 반항하는 과정에서 손톱에 흔적이 남았을 가능성마저 차단했던 것. 강 씨는 이 밖에도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손가락에 콘돔을 씌우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흡사 미국드라마 'CSI' 등 수사물에서나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범죄 드라마에서는 피해자의 손톱에서 범인의 흔적을 찾는 장면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강 씨의 범죄 행각이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폐쇄회로TV(CCTV)가 아니었더라면 그는 일상 속으로 돌아가버렸을 지도 모른다.

범행 동기도 의문을 남기고 있다.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궁핍한 생활로 살인과 강도짓까지 했다"고 거짓말했다. 실제 강 씨는 2억원대 건물과 SUV차량 등을 소유하고 있었고, 수억원대의 보험료까지 챙겼다. 4번의 결혼이 가능했던 것도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곽대경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 관련 보도나 드라마를 통해 나오는 내용들이 실제로 범죄자들의 범죄 수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간 비슷한 유형의 살인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했다. 지난해 1월 있었던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은 대리기사와 컴퓨터 수리업자로 일하던 이웃이었다. 2006년 2월 발생한 서울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사건 범인 역시 같은 동네 신발가게 주인이었다.

20여명을 연쇄살인한 것으로 드러난 유영철도 마찬가지였다. 범행 장소였던 오피스텔 인근 주민들은 '인물 좋고 조용했던 청년'으로 그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반년 동안 청주지역을 중심으로 15차례나 성폭행을 일삼아 온 상습 성폭행범은 평범한 20대 회사원이었다. 가정도 꾸리고 있었다.

곽대경 교수는 "스스로 소외되고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쉽게 동기를 파악하기 어려운 '무동기 범죄'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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