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400의 유혹'..개인 1300억 순매수 성공?

머니투데이 홍찬선 머니투데이방송 부국장대우 | 2008.09.04 11:16

[스톡파일]감기 걸릴 증시가 폐렴에 고통..지금 사기보다는 좀 더 인내 필요

“요즘 한국 증시를 보면 체력의 중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체력이 좋으면 아무 문제없지만 체력이 약하면 감기에 걸리고, 심지어 폐렴으로 고통을 겪기까지 합니다. 마찬가지로 수급악화라는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한국 경제의 체력이 강했다면 코스피는 1500선에서 지지됐겠지만 약했기 때문에 1400선까지 밀렸습니다.”

이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의 ‘한국증시 체력론’이다.

“8월 무역적자가 32억달러로 1월(38억달러) 이후 최대를 기록하며 올들어 적자규모가 110억달러로 불어났고, 한국의 수출비중이 가장 큰 중국 경제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성장률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의 체력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이른바 ‘9월 위기설’이 가세하면서 코스피를 순식간에 100포인트 가량 끌어내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의 체질이 약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한국증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종목들의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팀장은 조심스럽게 조건을 붙여 지수는 1400선에서 지켜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단 거래량(거래대금) 분석이다. “2005년 하반기부터 2007년 중반까지 코스피는 1400을 돌파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 거래가 밀집됐다는 뜻인데, 주가가 떨어질 때 이런 구간은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한다”는 것.

게다가 외국인의 매매행태도 추가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외국인의 선물 누적 순매수가 2만계약에 이르고, 옵션도 주가상승 쪽으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 이 팀장은 “주가를 많이 끌어내렸던 외국 헤지펀드 등의 공매도(Short Selling)도 매도한도가 거의 꽉차 추가로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트피플 위칭(11일)과 외국인이 보유한 국채의 만기가 집중된 다음주 후반이 지나면 증시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도 “한국 경제와 증시에 특별한 악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환율정책 등을 둘러싸고 신뢰문제(Confidence Issue)가 제기되며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증시는 해외에서 불어오는 호재에는 반응하지 못하고 미국 유럽 아시아(일본 중국 대만 홍콩)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돌아가면서 하락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신뢰문제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 7조원 이상 쌓여 있는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가 다음주 트리플 위칭 때 청산될 경우 지수는 한차례 충격을 받을 수 있지만 청산되지 않고 12월로 연장(Roll Over)될 경우엔 1400선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들어 주식을 내다팔았던 개인이 4일 오전 11시7분 현재까지 1400억원에 이르는 순매수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섣불리 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여전히 다수론이다. 한 자산운용회사 대표는 “미국 발 신용경색에 따른 주가하락 요인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더라도 부동산가격 하락과 금리상승에 따른 부실채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용불안 상황이 개선되기까지는 매수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대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직 사자보다는 팔자에 치중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증시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 연기금에서 주식운용팀장을 맡다 최근에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모씨도 “미국에 와보니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헤지펀드 등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불문하고 주식과 채권을 팔고 있어 ‘저가매수’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 장세는 투자자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주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매도시기를 놓쳐 고통이고,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은 지금 사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게 고민이다. 주가는 개구리와 럭비 공 튀는 방향처럼 신(神)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모를 땐 손 빼는 게 정석이다. 지금 서둘러 시장의 방향을 예상하고 움직이는 것보다 상황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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