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착하거나 혹은 나쁘거나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8.04.07 14:34

[제비의 여의도 편지]

편집자주 | 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박근혜는 "나쁘다".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말이다. 박근혜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박근혜에 적잖은 호감은 가졌던 이들도 "이건 아닌데…"라는 말을 한다. 이유는 그에게 열광했던 정반대 지점에 있다.

박근혜의 최대 강점은 '원칙론'이다. 작은 이익을 위한 타협이나 얕은 술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을 '원칙론'이란 무기 하나로 물리쳤던 그다. 지난해 8월 한나라당 경선에서 나온 멋진 승복도 박근혜의 원칙을 더욱 빛냈다.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차가운 시선이 조금씩 등장했다. MB(이명박 대통령)를 좀더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게 출발 지점이다.

자기 사람들만 챙기고 화합을 깬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천 과정과 그 이후 행보는 실망감을 키웠다.

선거 지원 활동을 하지 않는 것, 탈당한 이들에게 사실상 무언의 지지를 표한 것,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 등 모든 게 비판거리가 됐다.

'어정쩡함'은 그가 강조해 온 원칙과 거리가 있다. 이참에 밑바닥에 깔려 있던 '반 박근혜' 기류까지 기지개를 켠다. 계파 정치의 거두, 생떼 정치 등. 그가 하는 '나쁜' 짓들이다.

#박근혜는 나쁘지 않다. 박근혜는 속았고 불쌍하다. 이 역시 요즘 들리는 말이다.

박근혜를 싫어했던 이들도 이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표면적 이유는 동정심이다. 패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한데 이는 MB에 대한 반감과 교묘하게 연결된다. 박근혜의 최대 강점인 '원칙론'은 MB가 강조하는 '실용'과 대립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구도가 도식화돼 왔고 지금도 그렇다.


MB와의 공천 갈등도 다르지 않다. 박근혜와 MB는 "공정 공천"이란 '원칙'에 합의했다. 박근혜는 그 약속을 믿었고 MB를 믿었다.

그러나 '순진한' 박근혜가 당했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 한마디로 둘 사이의 잘잘못은 정리됐다. 속인 주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다 안다.

이후 행보에 지지자들은 또 열광한다. 그는 속았지만 의리는 지켰다. 당을 떠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부추겼지만 그는 그의 자리를 지켰다. 대구 지역구에서 선거 운동을 하는 그에게 '돌팔매질'을 할 사람은 없다.

그를 도왔던 이들에게도 박근혜는 의리를 보여줬다. 측근들에게 지지 메시지를 담긴 동영상을 전해줬다. 지난 6일엔 대전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강창희도 찾았다. 그는 "은혜를 갚기 위해 왔다"고 했다. 원칙 지키기, 의리 지키기, 은혜 갚기. 박근혜는 착하다.

#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때는 '선거의 남자' 노무현이 있었다. 노무현이 옳았건 글렀건 그 당시에 노무현이 중심이었다.

그리고 2004년 총선 이후 모두 선거에는 '선거의 여인' 박근혜가 있었다. 이번 2008년 총선도 결국 박근혜였다.

'안정 vs 견제' '이명박 vs 반 이명박' 등 여러 싸움을 만들고자 했지만 어찌 됐든 박근혜가 중심에 섰다. 총선 얘기의 처음과 끝은 모두 박근혜였다.

사람들은 2006년 지방선거를 테러 직후 병상에서 박근혜가 했던 말 "대전은요?"로 기억하듯 "속았다"는 박근혜의 말 한마디로 2008년 총선을 떠올린다.

이를 두고 역시 엇갈린다. 박근혜식 정치에 대한 비판과 찬사가 교차한다. 박근혜는 나쁘거나 혹은 착하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

다만 그는 언제나 중심에 있어 왔고 최소한 지금도 그렇다. 착하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니면 안타깝거나. 2008년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4년 뒤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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