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정동영, 두 남자의 웃음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4.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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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의 여의도 편지]

편집자주 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표정이 밝지 않다. 웃지만 얼굴에 그늘이 진다. 며칠 새 주름만 더 깊어진 것 같다. 걱정이 깊은 탓이다.

무엇보다 싸움이 쉽지 않다. 1등과의 격차는 좀체 좁혀지지 않는다. 바닥 민심은 바뀌는 것 같은데 숫자는 영 딴판이다.

힘이 부친다. 주위에선 '죽음'이라는 말까지 한다. 섬뜩하다. 앞날에 대한 걱정도 많다. 안개가 자욱하다. 어디로 갈지 막막하다. 이게 더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총선을 앞둔 손학규, 정동영의 마음이다.



#그들의 '생사'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슈이자 흥밋거리다. 여론은 '생'보다 '사'쪽 무게를 싣는다.

사실 기대를 갖고 출발한 것은 아니다. 시작부터 죽음을 각오했다. 손학규는 "분골쇄신"이라고 외쳤다. 정동영은 "진 자리 마른 자리 가리지 않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런데도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느낌이 또 다르다. 손학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 예수가 부르짖은 말까지 인용했다. "엘리 엘리 나마사막 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두 사람이 혹 죽더라도 예수처럼 부활할 수 있을까.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정동영은 '표적'이다. 현 정부가 노리는 1차 '제거' 대상이다. 정동영의 앞길이 순탄치 않은 이유다.

정동영 측근들이 "무조건 배지를 달아야 한다"며 고향 출마를 주장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기 텃밭으로 여겼던 호남도 잃었다. 김효석, 박상천, 정세균 등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긍정론'도 있다. 그의 목표는 2012년. 호남 색깔을 지울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득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온 몸으로 한 번 더 진 것도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손학규·정동영, 두 남자의 웃음


#손학규는 '책임'과 '감투'를 들고 있다. 제1 야당의 대표이기에 선거 책임도 그의 몫이다. 개인적 당선 유무를 떠나 '무한 책임' 앞에 놓여 있다.

오히려 더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총선 뒤 펼쳐질 당권 경쟁이 더 관심이다. 당권은 그의 생명줄이다. 서울 종로 격전 못지않게 신경을 써야할 전투다.

경쟁자도 만만찮다. 호남의 맹주들은 물론 내공을 자랑하는 중진들과 겨뤄야 한다. 대선 불출마 이후 개혁 진영의 정신적 지주가 된 김근태, 선거를 지휘하고 있는 강금실, 여전사 추미애 등 모두 강호의 고수들이다.

그의 목표도 결국 2012년. 멍에처럼 덧씌워진 한나라당의 색깔을 버릴 수 있는 것은 득이다. 당에 손학규 색깔을 불러 넣을 수 있는 것 역시 새 발판이 될 수 있다.

#꼭 1년 전 광야로 나온 손학규는 추위에 떨었고 아픔을 참았다. 108일전 대선에서 참패한 정동영은 그 아픔이 아직 뼈 속 깊이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 살아있다. 두 사람 모두 끈질기고 강하다.

이런 이들 앞으로 또 한번의 '운명'이 다가오고 있다. 그게 따뜻한 봄바람일지, 한겨울 찬바람일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 두 사람은 살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랬듯.

손학규와 정동영, 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본 지 꽤 됐다. 굳은 표정들만 기억에 남아 있다. 5일 뒤 웃음을 볼 수 있을까. 5년 뒤 웃음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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