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칼럼]독불장군 마인드 버릴 때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실장 | 2008.04.02 16:00
'NIH신드롬'(Not Invented Here)이란 말이 있다. 외부에서 개발된 더 좋은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려는 폐쇄적 경향을 의미한다.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외부의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성향이 지속될 경우 결국 수면에 비친 자기모습에 반해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죽어버린 나르시스와 같은 비극이 초래된다.

국내 제약산업은 지난해 타결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정부의 약제비적정화방안 시행 등 대내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약사들은 능동적인 대응을 위해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와 신규 투자확대, 글로벌시장 진출 등 각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제약산업계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나름대로 글로벌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정부, 대학, 공공연구기관등 외부 주체들이 안고 있는 NIH신드롬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우선 제약산업계 내부적으로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확대 등 노력을 해야한다. 이에 못지 않게 외부기술 등 경쟁력을 기업내부에 접목하는 작업을 더욱 강화해 고부가가치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산업간 기술간 복합화 융합화 추세에서 외부기술을 제때 접목하지 못하고 자체 성과만 고집하게 되면 생존이 위협받게 될 수 있다.

제약산업계의 이와 같은 노력을 견인해 줄 수 있도록 정부, 대학, 공공연구기관등 외부 주체들의 능동적 대처도 필요하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도 시장수요에 근간을 두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산업계의 의견과 건의사항을 존중함으로써 산업경쟁력 저해 요소를 과감히 제거해 나가야 한다. 시장수요를 외면한 채 자의적으로 정책목표를 수립하거나 정책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정책목표 달성에 급급할 경우 산업경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경우 국민보건문제를 차치하고라도 IT(정보통신기술)와 BT(바이오기술)를 양대 축으로 하는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체제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제약기업과 보조를 맞추던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은 물론 벤처, 각종 서비스기업, 연관산업계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는 중장기적이고 선언적 정책목표보다 문제해결방안 중심의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와 제약산업계가 항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약가산정의 경우도 보험재정건전화와 제약산업육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약가현실화는 국민적 공감대형성이 어렵겠지만 제약기업의 신규고용창출, R&D 재투자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약가현실화도 접근가능한 해결방안일 것이다.

고급인력 확보가 용이하도록 수도권지역에 연구·생산시설이 제때 세워질 수 있도록하는 규제 완화나 신약개발 촉진을 위한 특볍법 마련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한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신약개발 성공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도입을 통해 연구개발에 대한 동기부여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신약개발은 결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국민적 과제로 정착된지 오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어렵다는 신약개발에 성공한 기업과 개발된 신약에 대한 인센티브는 전무한 상황이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기초연구성과가 제약기업 연구실에 적기 접목될 수 있도록 공공기술개발 시스템 개선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스스로 학문적 우월의식에서 벗어나 산업현장의 수요에 근간을 둔 시장지향형 기술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국산신약 대부분이 기업연구실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 언제든 우리가 아닌 이들 해외기업의 경쟁력강화에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판세다. NIH신드롬을 어서 빨리 극복하고 산학연관 상생협력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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